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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Dec 24. 2021

까다로운 게 죄는 아니잖아요.

진상 고객 등극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건축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주의 유형은 '그저 믿고 맡겨주는 유형'이라고. 나 역시 그런 건축주가 되고 싶었다. 믿고 맡길 테니 저희 집을 하얀 도화지다 생각하고 마음껏 역량을 펼쳐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고객이 정말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나는 결코 그런 쿨한 고객이 될 수 없는 ㅈㄴ 피곤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따지고 보면 나랑 신랑은 고집이  편도 아니고 그렇게 까다로운 편도 아니다. 단지 취향이 또렷할 뿐이고, 아닌  아니다 명확하게 말할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리모델링과 관련된 일은 기다 아니다, 좋다 싫다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같아서 평소보다 아주 죄금 고집을 부렸고, 아주 초큼 더 까다롭게 굴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평생 살 집이니까.


두 달간 주택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초반에 철거할 때만 빼고는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현장에 들러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집 구조를 바꾸거나 목공 작업, 미장 작업 시에는 딱히 건축주가 할 것은 없지만, 어쨌든 내가 이토록 관심이 많고 애정이 많다는 것을 어필할 필요는 있다.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거나 고개가 갸우뚱 해질 때에는 고민하지 말고 바로 여쭤보는 게 좋다. '나중 되면 괜찮겠지..'하고 생각하던 것은 나중이 되어도 괜찮아지지 않더라. 오히려 '처음에 이야기를 했었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가 될 뿐이다.


우리 집을 리모델링해주시는 분들, 특히 현장에 계신 소장님은 다행히도 나와 성격적으로  맞는다. (참고: 나 혼자만의 생각임)  하나도 대충 하는 법이 없고, 무척 꼼꼼하게 하나하나를  챙기시는 우리 우리 소장님. 나는  것을   보고 작은 것에 목숨을 거는 스타일인데, 소장님은  그림도 보시면서 작은 것에 목숨을 거는 나의 의견도 대체적으로 수렴해주신다. 게다가  말은 하시는 성격이셔서 오히려 서로 간에 오해가 없고 소통이  되는  같다. , 취향이 나와 조금 맞지 않을 때가   있긴 있었다...


 번은 주택 입구 쪽에 계단을 어떻게 마감할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예쁘고 깨끗한 타일로  것이냐, 그냥 시멘트로 마감을  것이냐,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느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은 나의 의견대로 시멘트 위에 예쁜 돌을 박기로 했다. 돌을 박기로  , 소장님은 돌이 가득 들어있는 푸댓자루를 들고 오셨는데 자루를 여는 순간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샤랄라- 돌에서 옥빛이 났기 때문이다. 소장님은 옥 자갈이 너무 예쁘다며 그걸 계단에 뿌리자고 하셨고, 나는 단호하게 외쳤다. "옥 자갈만 빼고 골라주세요!"





나와 소장님, 디자이너 대리님, 현장 반장님 넷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옥 자갈 푸댓자루에서 옥빛이 나지 않는 돌들만 고르기 시작했다. 제일 비싼 옥 자갈을 제외하고 제일 싸구려 돌들만 골라내는 이상한 작업이었다. 추운 날씨에 쭈그리고 앉아 몇십 분 동안 돌을 고르는데,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저 오늘부로 진상 고객 레전드에 등극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핫.." 죄송한 마음을 담아 농담을 던졌고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사모님.. 이미 등극한 지 오래되셨습니다.."



헤헤.

까다로운 게 죄는 아니잖아요.....


 

소장님은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사모님이 계단에 돌을 직접 박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직접 박은 우리 집 계단.



까다롭게 굴수록 집은 예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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