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록홈즈 Jan 02. 2022

빈티지란 무엇인가

쓰레기는 아닙니다


요즘 워낙 대세이기도 하지만 나는 빈티지st 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빈티지를 흉내 낸 스타일보다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진짜 오래된 물건들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이 물건의 주인이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으면 이렇게 손때가 탔을까..' 하는 생각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부부가 서촌을 사랑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골목의 오래된 집집마다 주인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지는 동네. 낡았지만 촌스럽지 않은, 오래된 정겨움이 있는 곳.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빈티지가 바로 이 동네, 서촌이라 생각한다. 이 주택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서촌' 그대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빈티지의 매력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멋도 있겠지만, 오래 사용한 만큼 환경을 덜 해치게 된다는 것. 그 부분이 빈티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멋짐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식탁, 손때가 잔뜩 묻어있는 손잡이, 옛날 전화기, 낡은 세면대.. 오래되고 낡을수록 그 나름의 운치와 가치가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빈티지한 물건 몇 개를 우리 가족의 새로운 공간에 둘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빈티지 거울.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쟁반 형태의 거울은 비록 많이 녹슬고 프레임이 너덜거렸지만 수많은 쓰레기들 사이에서 한눈에 들어올 만큼(내 눈에만) 매력적이었다. 분명 누군가가 아끼고 아끼던 거울임이 틀림없다. (마.. 맞겠지)


이토록 아름다운 거울을 두 손에 조심스레 들고 주택의 공사 현장에 가져다 놓았던 날. 그날따라 목공팀과 도배팀이 한꺼번에 와 계셔서 더 정신이 없었는데 순간 내가 거울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 거울을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고 또 뒤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목공팀의 한 분에게 다급히 여쭤보았다. "혹시.. 여기 주변에서 거울 못 보셨나요..? 제가 가져온 건데.."

 

그분은 대답하셨다. "아아! 그 쓰.. 아니, 이상한 거요? 제가 쓰레기통 옆에 갖다 놨어요!"




재빨리 쓰레기통으로 뛰어가 나의 아름다운 빈티지 거울을 바닥에서 주워 금세 뽀얗게  먼지를 쓱쓱 닦았다. '쓰레기가 아니라 빈티지라고요..' 

 거울을 세면대 위에 걸어두고 매일매일 손을 닦을 때마다 바라보며 속삭일 테다.  쓰레기가 아니라 보석이라고. (보석 같은 거울은 추후에 공개하겠음)


비록 거울은 주워왔지만 알맞게 낡은 원목 의자와 알맞게 손때가 탄 은쟁반은 당근에서 운 좋게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한 가지 팁으로 당근 알림 키워드로 '빈티지'를 설정해두면, 어마 무시하게 많은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보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알람이 와서 귀찮을 정도이니 이 점 업무에 참고하기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까다로운 게 죄는 아니잖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