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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Feb 07. 2022

뭣이 중헌디

내 새끼 vs 새 식기


"엄마!! 새로 산 그릇에 우리가 밥 먹어도 되는거야??"


일곱살 아이의 물음에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애미가 얼마나 새로 산 식기를 애지중지 했으면 저들보다 그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12년 된 낡은 식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집에 어울리는 식기를 고르기 위해 늘 신랑과 아이들을 대동하고 다녔는데 그때마다 나는 어찌나 신중하게 굴었던가. 아이들은 애미의 쓸데없는 신중함을 옆에서 지켜본지라 말하지 않아도 이 그릇은 자기들 것이 아닌 감상용(또는 손님에게 자랑용)이라 생각했나보다.


비단 그릇 뿐이랴?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사를 오고 아이들에게   꽥꽥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 새로 들인 빈티지 식탁에 아이가 뜨거운 컵을 올려놓은 순간에도 그랬고, 100년도 넘은 나무함 위에 장난감을 올려놓은 순간에도 그랬다. 뭣이 더 중헌지를 모르고, 그깟 가구에 난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나는 내 새끼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입힌 것이다.



백살도 넘으신 나무함
영광의 상처가 난 빈티지 식탁



오래된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빈티지 가구들은 정말이지 예민하기 짝이 없어서 조금만 뜨거운 컵을 올려놓거나 조금만 물기가 있는 식기를 올려놓으면 바로 상처가 나고 만다. 그래서 빈티지 물건을 다룰 때는 조심 또 조심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까지 예민한줄 미리 알았으면 들이지 않았을텐데..)


반면 이게 빈티지인지 빈티나는 물건인지 1도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조심히 다루는 법이 없다. 아이들의 부주의에 여기저기 상처가 난 집안 곳곳을 볼 때마다 사실은 마음이 몹시 쓰리다. 그래도 (말도 안되는 질문이지만) 내 새끼와 새로 산 물건 중 더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내 새끼를 택할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여기서 질문 하나.

Q. 만약 금쪽같은 내 새끼가 새 식기를 깨뜨린다면?


아이에게 다치지 않았는지를 먼저 물어볼 것인가, 아니면 "이게 얼마짜린데!!!!" 하고 소리 칠 것인가..


제 대답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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