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쫙쫙 달라붙는 호칭이 필요한 순간이야.
영업시간이 다 끝났는데도 술에 취한 손님이 나가질 않는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식당 한쪽 테이블에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60대 남성.
“선생님. 이제 집으로 가셔야죠!”
그의 한쪽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흐릿한 눈동자로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씨익 웃는다.
“아가씨!! 내가..”
“저 아가씨 아니에요.”
순간 기분이 상했다. 아이 둘을 둔 40대 여성으로서 평소에(사복을 입었을 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불러준다면 감사 땡큐겠지만.
“아! 아가씨 아니구나.. 그럼.. 선생님!! 내가..”
“저 선생님 아니에요. 경찰이에요. 경.찰!!”
깔끔하게 호칭을 정정해줬다.
“아! 그래요? 그러니까 경....”
“경. 찰!!”
한 번 더 정확하게 발음해줬다.
“아...네.. 경찰....님!! 경찰....림! 찰림!! 아이씨 왜 이리 이름이 어려워?? 찰님!!! ”
그러게... ‘경찰님’은 ‘선생님’처럼 입에 쫙쫙 달라붙지 않을까? 발음(‘경찰림’이라고 발음)하기도 힘들고 왠지 어색하군..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었다가 취객 덕분에 ‘경찰’이라는 호칭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되었다.
누군가 경찰을 부를 때.
[경찰!] 이라고 하면 뭔가 예의 없어 보인다.
[경찰씨!] 어감이 이상해....
[경찰 양반!] 젊은 분들이 쓰기엔..
[경찰 선생님!] 너무 길다..
[경찰 아저씨!] 길다고요....
[경찰관님!] 제일 무난하지만.. 그래도 길다.. 3글자가 적당한데..
[순경님!] ‘순경’은 경찰 계급 중에 하나여서 경찰이 모두 순경은 아니다
[순사님!] 일제 강점기의 나아쁜 경찰 이미지가 떠오른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112 신고 처리한 후에 찬찬히 생각해 보자.
호칭 때문에 짜증이 난 그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일단 오늘은 저를 부를 때 ‘저기요!’라고 해주세요.”
그도 만족해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