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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토끼 May 10. 2024

이제 배달어플을 깔아야지..

그와 나의 온도차

목 안에서 뭔가 울컥울컥 하는데 이게 울음인지

아까 삼킨 비타민인지.

넘어올 듯 넘어오지 않는 울음 때문에 나는 지금 우는 것마저 애매해졌다.


세상에는 휴대폰에 알림표시를 쌓아놓는 사람과 알림표시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알림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메세지가 오면 바로바로 회신하는 사람. 확인하고도 회신하지 않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어렵다.

상대가 친구든 남자친구든 그냥 아는 사람이든 똑같다. 상대가 나의 메세지를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에도 수십번 카톡을 열어보면서 상대에게 연락이 오기를 안절부절 기다렸던 적이 있다.

연락을 기다린다는 건 일단 좋지 않다. 썸타는 관계라면 더더욱.

이미 알고있지만 때때로 카톡 한줄이 너무 간절하다.

관계에 뜸을 들이지 못하고 섣불리 열었다가 그르쳤던 기억. 성격이 급하면 연애도 어렵다.

밀당 그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그의 침묵의 시간을 나는 생각할 시간이라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얼마나 필요한데? 오분?

도서반납기한처럼 돌아오는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걸까.

과거의 나였다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하고 메세지를 보내고 왜 나에게 연락하지 않느냐고 이미 여러번 따져 물었을 것이다. 지금 이주차........이렇게 까지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인데 과거의 나였다면 이미 우린 헤어졌다고 마음을 다 정리 해버렸을 것이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서로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었던 그의 일정도 바닥이 나버려서 이제 그가 어디서 뭘 하는지 또는 할건지 알지 못했다.

술을 먹었겠거니.. 일이 힘들었겠거니..지금 좀 화가 났겠거니..자겠거니..

묻고 싶고 이야기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연락이 망설여진다.


그렇게 밥먹듯 숨쉬듯 하던 카톡이 뚝 끊긴 지금. 나는 가장 나약하고 연약한 시절로 회귀했다.

나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너는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을까.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다고 생각한 건 나의 오만일까.

어쩌면 지금 헤어지는 중인데 나만 혹은 우리만 모르고 있는 걸까.

우리가 만나는 걸 시작했던 것처럼 헤어지는 것도 물 흐르듯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기간이 영원히 지속되고 혼자 남은 나를 상상했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일 정해진 곳으로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운동하고 주말엔 쉬는 규칙적인 생활. 조금 무료하고 심심하겠지.

치킨이 먹고 싶을 때를 대비해서 나도 배달 어플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다.


일상을 보내는 모든 순간마다 숨쉬듯이 생각이 날텐데. 그 때마다 연락을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가 들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잊어버려지지도 않는 전화번호를 누를 수도 있겠다.

내 상상의 끝에는 언제나 너가 있다.


나는 헤어짐을 원하는가.

너가 헤어짐을 결정한다면 나는 싫다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내가 흔들릴 때마다 너가 했던 것 처럼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출근은 잘했는지 점심을 먹었는지 날씨가 덥다느니 같은 시원찮은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고마워'라고 했다. 나는 '나도 사랑해'라는 답을 보고 싶고 듣고 싶지만 지금 너는 그 말을 할 수 없나보다.  


아무 연락이 없는 오늘 밤.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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