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이면 충분하지.
너와 헤어진다는 건 어떤걸까. 퇴근하고 밥을 혼자 먹는 것, 내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 종종가던 초밥집, 국수집을 못간다는 것, 듄3, 아바타3 를 같이 못본다는 것. 하루동안 말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맛있는 걸 먹으러 못간다는 것. 파인트 아이스크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그것 말고도 수많은 약속들이 의미없어진 것.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너의 물건을 치워야하나 우리 사진을 지워야 하나. 앞으로 연락할 수 없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서, 나의 카톡창에 가만히 남아있는 너를 볼 수가 없어서 카톡방은 나왔다.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하지. 못본척 하는 건가. 너와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해야할까.
십년이 십분만에 정리되었다.
나는 두번 물었고 너는 그렇다고 했다.
단순한 사람이 복잡하다고 했다. 복잡하게 생각한 결론이라 나는 붙잡지 않기로 했다. 저녁 메뉴 선택도 어려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결정을 했을까.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까지 잔인했다. 나와 커플인 옷을 입고 나와서는 이제 그만하자니.
예상했던 말들을 했다. 너는 변할 수 없고 그렇다면
계속 같은 패턴으로 싸울테니. 이제 멈추자고.
원래 싸우고 만나고 싸우고 만나고 하는 거 아닌가.
너는 변하지 않을테니 있으려면 있고 싫으면 떨어지라는 건가. 그냥 이제 노력할 의지도 사랑하는 마음도 없다고 하는게 맞지 않나.
일어나서 나가면 끝이었다. 나와 같이 산 옷을 입고 있길래 양손을 테이블 위에 두고 있길래 혹시 내손을 잡고 다시 잘해보자는 말을 하지 않을까. 섣부른 나의 착각. 너와 헤어지는 게 현실이라니. 글을 썼지만 한편으로는 믿고 싶지 않았나보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담담한 척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대이길 바랬나보다.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둘이 손잡고 우리집으로 가는 상상을 했다. 드라마처럼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냥 다리가 조금 후들거리고 손이 조금 떨렸다. 하지만 걸을만 했다. 단지 날이 너무 밝았다.
그냥 누워있었다.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좀 짜냈더니 울어졌다. 울어야 해서 우는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밥을 먹고 가길 잘했다.
내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었을 너를 상상했다. 너는 집으로 잘 갔을까 하다가 아직도 너를 걱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아차했다. 내가 걱정해야 할 사람은 나다. 집에 잘 갔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내가 걱정해야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다.
나는 좋은사람인데 나를 버린 걸 곧 후회할 텐데 하지만 나에게 돌아올 사람이 아니란 걸 안다. 너는 그런 사람이니까.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편이 마음이 오히려 낫다. 그냥 조금 울적한 기분에 쌓여 있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주말을 혼자 보내는 날이, 비바람이 치는 날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 아무에게도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이 아무렇지 않을 때까지 버텨야지.
나는 너가 돌아오길 원하는가. 돌아오지 않을 걸 아니까.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긴한데 지금은 너가 돌아온다 해도 난감하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무너졌다. 나는 그걸 참을 수 있는가. 사랑하니까 많은 부분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앓던 이가 빠진 듯 후련한 느낌도 없지않다.
내가 가진 장점들을 고려했어도 너가 참을 수 없었으니까 이런 선택을 했겠지.
너가 없는 동안 서브웨이 에그마요만 먹고 지냈다고 투정부리고 싶었는데 너의 칫솔과 나의 칫솔을 분리시켰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너가 원했던 줄무늬 양말을 아직 못줬는데 너를 기다리느라 다봤던 드라마며 생채기가 날 때까지 뜯어버린 손톱들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 이런 걸 말할 곳이 없다는 게 새삼스럽게 혼자인 걸 알게 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주일을 이렇게 보냈으니 삼주도 할수 있고 이렇게 한달을 보내고 두달을 보내고 석달을 보내면 그냥 그렇게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