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순탄해서 나와는 너무 다른 것 같은 친구들을 본다.
사실, 보통은 나보다 인생이 순탄해서
가끔은 이 세상에 나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이제는,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어느 자락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그 모든 것을 목도한 너는
매일을 진창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이제는 알게 된 것 같아서.
어쩌면 그래 나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는 그 모습을.
그래서 나는 너의 순탄함을 시기하던 나를 속죄하듯이
진창에 박혀 있을 너에게
감히 너에게 손을 뻗었다.
우리는 곧잘 맞았다.
알고 지낸 시간의 밀도와 그날 이후 시간의 밀도를 감히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너와 나는.
나와 너는 잘 맞았다.
그래 보였다.
그래서 네가 나와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했을 때.
"송어야. 자살은 나쁜 거야?"라고 물었을 때.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는.
여전히 순수하구나.
더럽혀지지 않았구나.
그래서 그 투명하고 맑음으로
감히.
내 앞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구나.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화가 났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연락이 오는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그 순수한 질문에서 피할 수만 있다면.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피하고 싶었다.
나는 항상 너의 질문에서 피하고 싶었다.
어느 날 너무 지친 나의 일상을 듣던 네가
희망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그래서 넌 꿈이 뭐야?라고 물었던 그날처럼.
나는 또 도망치고 싶었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과의 몇 가지 문답에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나는, 감히 그걸 입으로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갈망한다.
그 과정이
그 이후가
그 어떤 책임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든
언제든 갈망한다.
나는 그 어떤 다른 것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다.
내가 지쳐 쓰러지더라도 그것들은 살아서 나의 책임에 의지하고 있다.
너는,
그 어떤 것도 책임질 것이 없다는 듯이
또 내가 부러워할 수 있게
죽음을 너의 선택지로 두고 있다.
너는 항상 그랬다.
내가 가장 초라하고 비참할 때,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너의 책이 나온 그날
나의 엄마는 입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