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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나무 Aug 01. 2022

3. 엄마의 예쁜 말공부

자녀 독서를 위한 엄마의 준비


부모가 주고 싶어 하는 사랑이 모든 아이에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에요.

부모들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까?’보다는
‘이 아이가 부모인 나에게 무엇을 원할까?’,
‘아이는 내게 어떤 말을 듣길 원할까?’
라는 생각을 하길 바랍니다.

<오은영의 화해> 77쪽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큼직한 아이스박스가 현관문 앞에 떡하니 있다. 시부모님이 시골에서 우리 가족을 위해 보내주신 음식이다. 워킹맘인 나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보내주시는 음식을 받을 때면 너무 신난다. 냉장고가 드디어 채워지는구나. 오늘만은 배달음식이여 안녕이다. 시골 딱딱이 복숭아, 폭폭 삶아서 냉동하신 옥수수, 토막 난 갈치를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는다. 갓 담은 열무김치와 깍두기를 반찬통에 옮기면 마치 내가 담은 것처럼 뿌듯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시댁에서 보내주신 두툼한 갈치구이, 너로 정했어.

 

“얘들아, 밥 먹자. 손 씻고 와.”

 

대답이 없다. 아이들은 분명 거실에 있고, 거실은 주방 옆에 있다. 그놈의 포켓몬 카드놀이를 한다. 6학년이나 4학년이나 포켓몬 카드를 가지고 놀 때는 단합이 잘 된다. 둘 다 놀이에 열중이다.


아까는 오늘 메뉴 뭐냐고 물어보길래 배고픈 줄 알았는데, 밥상을 다 차리고 나니 오질 않는다. 하, 같은 말 여러 번 하기는 싫은데.


밥상 준비가 다 되었는데, 아이들이 가만히 있거나 소소한 장난을 치면서 느릿느릿 움직이면 화가 나서 식탁에 앉기도 전에 버럭 화를 낸 적이 여러 번이다.

 



“5초 준다. 지금 바로 손 씻어. 하나, 둘, 셋”

 

어디서 들었다. 남자아이를 움직이게 하고 싶으면 시간을 정해서 알려주라고. 예측할 수 있게 딱 떨어지는 5분, 10분 같은 시간 말고, 7분, 13분으로 가늠이 되지 않는 시간을 기한을 주라고 말이다.


나는 배운 건 즉시 써먹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들 어릴 때 시간을 참 많이도 세었다. ‘6분 안에 거실 정리해.’ ‘9분 후에 방으로 들어가.’ 목소리를 낮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 좀 쓰고 말하면 효과는 대단하다. 앙칼진 목소리는 당시 내 기분에 따라 나오기도 한다. 꼭 이래야만 할까.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스스로 행동하길 바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매번 명령과 지시 같은 말을 해야 한다면 내 마음도 불편하고, 듣는 아이들도 괴롭다.

 

내 아이는 내게 어떤 말을 듣길 원할까.




“얘들아, 밥 먹자. 손 씻는 중이지?”

 

‘손 씻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는다. 오롯이 밥을 차리는 것에 집중하며 또는 집중하는 척하며 아이들을 보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음속으로 ‘난 너희를 믿어, 손 씻으러 가려고 했다는 걸 알아’라는 생각을 한다.


“으응, 하려고 했지, 하고 있어.”  


아이들이 몸을 일으키며 거실에서 화장실로 걸어가며 대답한다. 그래, 내가 바뀌어야 하는 거야.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침 한번 꼴깍 삼키고, 널 믿고 있다는 말을 하는 거야.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아이들이 그냥 식탁에 턱 앉길래 물어봤다. ‘손 씻었지?’ 손 안 씻고 앉는 걸 보았는데, 씻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응용 버전으로 덧붙여 말해본다.


“혹시 안 씻었다면, 지금 가서 씻어도 돼.”


“아, 맞다. 안 씻었지.” 멋쩍어하며 화장실로 가는 아들 뒷모습을 보니 참 귀엽다. ‘손 한번 씻게 하기 참 어렵네’ 싶지만, 이번 작은 성공으로 인해 다른 상황, 독서습관에도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과 잘 지내려면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부모는 없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아이들이 어릴 땐 사랑의 눈빛으로 아이들을 대하다가 아이들이 말을 알아듣고 커갈수록 부모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한다.


‘너는 내가 하는 말대로 행동해야지.’


나는 아이를 위한 충고나 조언이라 생각하지만,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른다. 지금은 엄마가 무서워서 억지로 하는 거다. 말투, 표정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다. 내 말투와 표정만 바꾸자.




아이 어릴 적 사진을 봐서라도 감성 충전하자. 1년 전 사진만 봐도 엄마 미소는 바로 나온다.

 

책 읽을 시간이다.

 

‘책 읽어.’ 말고

‘책 읽을까?’ ‘우리 책 읽자.’ ‘책 읽을 시간이네?’


‘이 책 읽어!’ 보다 ‘이 책 어때?’


‘아, 책 읽기 싫은데.’라고 말한다면

‘책 읽는 것 힘들지? 엄마랑 같이 읽을까?’

 

아이가 책 근처에 가거나 책을 집어 들기만 해도 달콤한 눈빛을 발사한다.

 

‘너무 대단하다.’


‘너희들처럼 이렇게 매일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디에도 없을 거야.’


‘너흰 정말 특별해.’




습관 1. 자녀 독서를 위한 엄마의 준비

- 엄마의 예쁜 말공부 (현재글)

- 읽기 독립은 언제 하나요? https://brunch.co.kr/@cdt1004/14

- 엄마를 위한 그림책 (발행예정)


산책 나가기 전, 누가누가 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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