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독서를 위한 엄마의 준비
내가 두 아들의 5년 차 독서 습관을 위해 아직도 가끔씩 아이들에게 제공해 주는 독서 지원 서비스가 하나 있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아들이 책 읽기를 힘들어하거나, 내가 추천하는 책이 있으면 엄마가 책을 읽어줘도 되는지 물어본다. 그런 다음 아이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책을 함께 읽는다. 이때 아들의 어깨를 내 팔로 포근히 감싸 나에게 기대게 한다. 책을 읽어줄 때에는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된다.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엄마와 책을 읽는 이 순간을 좋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 억지로 시작했더라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지금의 순간에 폭 빠져있으면 된다. 책과 관련 없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오더라도 엄마와 함께 책을 보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을 좋아한다면 읽기 독립은 슬며시 다가온다. 아이가 스스로 읽고 싶어 하는 책은 갑자기 나타난다.
유치원생인 아들에게 읽어주는 책은 즐겁다. 엄마와 아이는 어떤 종류의 책이든 놀이로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교감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엄마는 학부모가 된다. 이제 어렵다. 아이 학년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원하는' 책을 스스로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 본인들의 취향에 맞는 책은 저절로 읽기 독립이 된다. 아이가 좀처럼 마음두지 않는 학교 추천도서나 엄마 선정도서는 책 읽기 서비스를 하는 게 오히려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편하게 하는 셈이 된다. 나는 아이에게 가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한다.
"아들아, 책 읽어줄까? 엄마 곁에 앉아서 듣기만 하면 돼. 이 책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같이 읽자."
아이는 온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몸을 비스듬히 기대어 있으면 된다. 그러면 내가 아이의 몸을 포근히 감싸준다. 스르륵, 탁. 책을 펼친다. 다 컸는데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지 이내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 처음에는 이 과정을 쑥스러워하던 아이도 몇 번이면 익숙해져서 나에게 자연스럽게 기댄다. 사춘기 아들과의 소통은 가끔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아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나는 이런 순간 때문에 독서 지원 서비스를 좋아한다. 아이가 커서도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책을 읽을 때 가벼우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엄마와의 관계도 자연스러워진다.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 이제 스스로 읽었으면 좋겠어요."
육아를 하며 한 살 두 살 나이가 든 엄마는 아이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만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였는데, 한글을 배워가는 아이를 보면 이제 좀 스스로 책을 읽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엄마도 출산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육아에 지친 시기가 온 것이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말할 때까지요."
어딘가 좀 힘 빠지는 말이지만, 나는 아이들이 책과 함께한 즐거운 기억이 있어야 중고등학생, 어른이 되어도 계속 읽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다. 멀리 보자. 책을 학습적인 도구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책 내용보다 책을 읽는 분위기, 그날의 공기, 마음의 온도가 읽기 독립과 읽는 습관에 영향을 준다. 아이가 글자를 안다고 그 의미를 잘 알까. 책에 퐁당 빠질 수 있을까. 우리가 영어를 읽을 줄 안다고 해서 해리포터 원서 내용이 눈과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오지 않는 것과 같을 거다. 한글책으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아이들은 이제 글을 읽어가는 재미가 들었고, 그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책을 놀이라고 믿고 있는 순간까지 말이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책은 듣기만 해도 편하다.
"엄마, 책 읽어줘요. 두꺼운 책도 이야기로 들으면 재미있어요."
초등 고학년이 되어도 둘째 아이는 종종 나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우리 집 두 아들은 자발적인 독서가는 아니고 독서 습관으로 다져진 케이스다. 책은 읽어야 하는데 직접 읽기에는 재미없는 책이 있다.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듣기만 해도 되니 읽어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이 신호는 너무 소중하다. 아이가 엄마를 사랑하고 편히 생각한다는 거니까. 그리고 책이 싫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엄마가 읽어주기 힘들다면 오디오북을 아이와 함께 들어도 좋고, 한두 페이지만 읽어주어도 괜찮다.
"조금 있다가. 엄마 이것 좀 하고."
인생은 타이밍인데,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이게 어렵다.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면 바로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나. 엄마가 설거지하고 있는데, 책 읽어달라고 하면 참 난감하다. 나도 내일을 먼저 끝내고 싶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아들과 사전에 약속하여 매일 독서 시간을 사전에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그 시간에는 온전히 독서만 하는 거다.
“엄마도 이 책 읽어봐. 엄청 재미있어. 아니면 내가 읽어줄까? 엄마는 내 옆에서 듣기만 해.”
이만큼 달콤한 제안이 또 있을까. 엄마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쌓이면 당장은 책을 직접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스스로 펼친다. 그리고 어린이가 엄마에게 오디오북 서비스를 해주는 날이 온다.
습관 1. 자녀 독서를 위한 엄마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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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소년은 평일에 아침 독서 1시간(6:30-7:30) 하고 있습니다.
- 2023년 5월의 기록
- 자녀 독서 기록 : https://instagram.com/readingtree_smallb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