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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완열 Jan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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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여행을 끝내며

  짧은 여행이 끝났다. 충청도에서 1년을 보냈다. 정든 부서원들과 작별인사를 하며 왠지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했다. 바리바리 싼 짐을 짊어지고 택시를 타려고 하니 나보다 한 살 많은 팀원이 개인차로 배웅을 해준단다. 그는 직제상 부하였지만 그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앞으로는 내가 형님으로 호칭하겠다고 하니 아직도 조금은 어려운지 쉽사리 말을 놓지 못한다. 나는 그를 존중했지만 업무적인 선을 지켜주길 바랐고 그도 선을 지켜주었다. 그게 정말 좋았다.


부장님은 몇 주 전부터 한숨을 쉬셨다 “네가 가면 나는 어떡하냐?”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누구보다 나를 배려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판매사업소에서 본사와 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일반 민원인을 상대한 일, 우리 상품을 훔쳐 쓴 도둑한테 오히려 협박당한 일, 언론을 상대하는 일, 나이 많은 팀원들을 상대하는 일, 충청도식 화법을 익히는 일 등 등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우린 업연이라 부른다. 이들과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게 포장될 것이다.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본사, 수도권 등지에서 근무하며 극도의 개인주의 팀원에 익숙해진 상태라 그들의 이타적인 마인드와 넉넉한 여유, 적극적인 태도가 특별히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업소는 운이 좋았다.


인사이동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집에서 가까운 본부다. 거기서 내가 하는 일은 작은 일이다. 그래도 집에서 출근이 가능한 것에 감사하다. 가족들이 좋아한다.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길이 생경하다. 걸어서 10분 걸리는 출근길이 지하철 한 시간으로 늘어나니 적응하기 어렵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가 시작됐다.


지하철에서 소일거리로 그동안 끊었던 글을 다시 이어가려고 한다. 그곳에서 있었던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하나씩 글로 남겨봐야겠다.  근속기간이 긴 우리 회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한번 만난 인연은 적어도 3번은 만난다는 것이다. 벌써 그들이 다시 보고 싶고 그립다. 남은 2번이 빨리 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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