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노하우
부끄럽지만 나는 직장에서 의사소통이나 대화를 잘하는 편이 아님을 고백한다. 붙임성 좋은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웃는 상도 아니며, 180cm에 90kg에 육박하는 우람한 체구는 상대방이 친근감을 느끼기에 무리가 있는 외모다. 남중-남고-공대-군대 라는 정통 마초 테크트리를 찍으면서 '사교적인 대화'와는 더욱더 담을 쌓게 되었다. '대화'는 정보교환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조직에서 개인은 '명령하거나 수명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관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하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사근사근하게 또는 유들유들하게 직장에서 의사소통하고 네트워킹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매우 부러웠다. 지금은 '좋은 동료, 상사, 부하'로 훌륭히 코스프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부단하게 노력한 결과다. 비결이 있다면 내가 존경했던 상사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따라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신기하게도 공통점이 있었다. 삭막한 나조차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춤추게 만드는 '마술'을 부렸던 직장계의 매지션! 그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 '유머', '스몰톡', '탈권위' 등이다.
세부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팀원에게 친근한 목소리로 먼저'인사'를 한다.
2. 업무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팀원들과 다양한 주제의 '스몰톡과 유머'에 능하다.
3. 업무에 능하다. 실무를 잘 알고 있다.
4. 상대방의 기분과 입장을 고려하여 지시한다.
5. 명확하게 팀원이 해야 하는 일을 지시한다
6. 회의 시 팀원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본인의 의견을 제일 마지막에 제시한다.
7. 어떠한 상황에서도 본인의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한다.
8. 회의를 길게 또는 자주 하지 않는다.
9. 그들의 상사가 본인을 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때까지 접근한다.
10. 사내 인맥이 넓다. 옆부서 대소사까지 훤하게 꿰차고 있다.
11. 깔끔하다. 회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12.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팀원에게 관대하다.
13. 팀원을 보호한다. 위기상황이나 문제에 봉착하면 본인이 나선다.
14.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놀랍게도 우리 회사에도 가뭄에 콩나 듯 모범적인 상사가 몇몇 있었다. 그들은 누가 팀장이고 팀원인지 모를 만큼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며 언행에 품위가 있었다. 의외로 그들은 업무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 유머와 스몰톡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권위적’이지 않았다.(기업문화를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소위 말하는 '꼰대' 상사들은 팀원들이 겉으로는 깨갱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해당 부서는 불만이 쌓이고 폭발하게 되는 사이클을 겪는데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리가 없다.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탈권위적인 상사들은 부드럽게 지시하지만 팀원들이 결코 겉으로도 속으로도 무시할 수 없다.
"권위는 스스로 세울수록 내려가고 내려놓을수록 올라간다."
내가 초임 팀장시절, 나랑 비슷한 성향의 팀원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잘못된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훌륭한 상사를 만나고 나서야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권위를 내려놓고 다가갈수록 팀원들이 마음을 연다. 그리고 팀원들이 부서장을 존경할수록 조직장악력이 높아진다.
팀장들이여 부단히 노력해 보자.
팀원들이 먼저 식사나 사적인 대화를 청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