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 것들

로우로우, 본질을 담아 팔다.

by 양성식


image_8739668551536746131726.jpg?type=w773

최근에 가방을 하나 샀다. 구매 전에 여러 브랜드를 두고 고민했다. 프라이탁의 가방은 브랜드와 제품 모두 마음에 들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사지 못했다. 무인양품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는 하나 만족스러운 가방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브랜드는 로우로우였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로우로우는 아는 사람은 아는, 어느새 창업 5년차를 맞이한 브랜드다. 로우로우는 국내 패션잡화 브랜드로 신발, 가방, 안경 등의 상품을 판다.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가 말하는 로우로우의 경영 철학은 "본질을 판다"라는 것이다. 본래 용도에 가장 충실한 제품을 군더더기 없이 만들어 파는 게 로우로우가 추구하는 가치다. 로우로우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 광고 모델을 섭외하지 않는다. 같은 비용이면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최고의 기능을 담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맺은 "상품에 본질을 담는 일에 충실하겠다"라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로우로우의 경영 철학은 소비자 경험의 최전선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어진다. 직원은 스스로 브랜드 대표자로 기능한다. 그들은 브랜드와 제품의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고객에게 전한다. 직원의 신발이 그 사례다. 매장에서 로우로우 직원이 신는 신발은 로우로우의 제품이다. 일하는 시간 동안 신은 신발이 얼마나 편했는지 자신의 후기를 말해주며 제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여기까지는 인터뷰 기사와 책을 비롯한 글로 읽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매장에 간 이야기다. 나는 로우로우 종로 광장시장점에 갔다. 매장은 광장시장 안에 있었다. 빈대떡, 떡볶이, 육회 가게를 지난 조금 골목 진 곳이었다. 매장 직원은 한 분이었고 친절했다. 고객이 부담스러울까 봐 적극적인 모습으로 응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분이 로우로우의 신발을 신었는지, 브랜드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편하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image_6010569831536746173011.jpg?type=w773 내가 구매한 제품 R TOTE 191 MICROFIBER BLACK


흥미로운 지점은 구매 후의 경험이다. 제품은 로우로우의 철학처럼 본질에 충실하다고 느껴졌다. 디자인이 깔끔하고, 기능에 충실했다. 또한 재구매 유도 과정을 매력적으로 설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방문때, 로우로우의 제품을 들고 매장에 가서 구매하면 10% 할인해주는 정책이 있었다. 브랜드 로열티에 대한 보상 할인인 셈이다. 탈부착이 용이한 로우로우 브랜드의 스티커도 받았다. 최근 들어 노트북 겉면에 붙일만한 스티커를 찾고 있어서 그랬겠지만,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사실 로우로우 제품들의 가격은 비싸지도 않지만 저렴하지도 않다. 하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는 다른 브랜드들보다 높다. 대형 브랜드들과 기타 보세 브랜드 사이에서 적정한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잘 갖춘 덕분인 듯하다. 기업의 경영철학을 고객 경험에 잘 우려낸다면 기존의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좋은 사례가 바로 로우로우라는 생각이 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