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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May 03. 2022

우리들의 블루스, 영주와 호식 그리고 현과 인권

지난 다음에 보더라도 대어놓고 보는 드라마가 있기는 했는데, 제 날짜에 보고 싶은 드라마가 생겼다. 심지어 두 가지나.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 하루 지난 다음에 보면서 같이 눈물 흘렸다.


이번주 우리들의 블루스엔 한바탕 큰 태풍이 지나갔다. 마침내 아버지들이 영주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들의 몰랐던 과거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인권과 호식이는 어쩌다 같은 하늘 아래 있기 어려운 사이가 되었을까. 이번 주에 그 속사정이 다 풀린다.


호식이에게는 금쪽이 영주가 있다. 전교 1등, 회장, 서울의대 진학을 목표로, 제주도를 떠나고 싶어하는 딸 영주, 영주가 임신을 했다. 애기 아빠가 철천지 원수 인권이 아들 현이다.


이번 주는 영주와 호식이에 더 동화되었다. 호식이 초반에는 나잇값 못하는 아버지같더니 7회부터 그의 말과 행동에 공감 되었다. 동정이 생겼다.


 
딸이 임신을 했다는 데 어떻게 할 것인가. 불을 보듯 뻔한 딸의 앞날이 눈앞에 선한데, 어떡할 것인가.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빨리 무너진 가슴을 추스려 쌓고 아이들보다 담대하게 태연한 척 사태를 받아들여 일을 수습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기는 하다.


현실적이라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 낙태 아닐까. 생명은 존엄하며 숭고한 것이라는 주장은 당위적이지만 출산을 한다는 것은 이들 앞에서 현실적이지 않다.


나이 먹은 세대인 나에게 십대 임신은 말조차 불가한 일이다. 이른바 '정상'이 아니기에. 그게 아이의 미래를 어떻게 할지 알기에. 그러므로 십대의 임신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99퍼센트 차지한다.


아이들은 달랐다. 철이 없는 것도 같은데, 영주네 반 아이들은 영주가 임신한 채로 공부를 계속하는 것에 절대다수가 찬성했다.

​아이들이 상황을 말할 수 있게 하고, 상의할 수 있게 하고,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하고, 문제 해결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지만.


자신의 삶이란 오로지 자식들을 위한 것인양 살아온 아버지 호식, 심지어 엄마가 없는 아이들에게 호식은 두 사람 완전체로서의 부모여야 했다. 그런 호식이, 자식만 보고 온 삶에 급제동이 걸렸다.


호식은 자신에게 돈을 건네며 영주의 애를 떼라고 말하는 인권과 싸움을 하다 호식과 인권의 과거 서사도 밝혀진다.

​노름에 빠져 아내는 도망갔고, 어린 영주가 배고프다며 보챌 때, 호식은 인권에게 돈을 빌리려 간다. 거기서 “딸을 앞세워 앵벌이 시키면 좋냐”라는 말을 인권에게 듣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식은 서로를 지켜주던 절친한 형과 동생 사이가 원수 지간으로 틀어지고 만다. 한편 이 사건으로 호식은 정신을 차린다.


그러다 터진 영주 임신 사태. 절망스럽고 화나는 마음을 사랑하는 딸 앞에서 참았던 호식이 인권에게 아물었던 상처를 후벼파듯 울부짖는 모습에 보는 이도 울컥했다.

​처음 현이 영주의 임신 이야기를 했을 때 인권은 늘 영주 때문에 아들이 1등을 못한다는 생각에,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애기 아빠가 현이라는 것을 알고, 인권은 미친 사람처럼 된다.

​그러나 영주와 현의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인권과 호식은 일을 하러 나간다. 사는 일은 하루도 건너 뛸 수 없는 일이기에.


어린시절 형동생 하면서 피붙이처럼 친했던 두 사람, 누군가 호식을 겁박하면 인권이 무릎을 끓던 시절도 있었다. 이 담에 아이들이 크면 사돈을 맺자며 그러니까 죽지 말라고 하던 시절이 그들에겐 있었다.



우리는 안다.  죽을 거 같던 시간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그러기에 등 뒤 너머로 끌어안은 인권이와 현이 사이에 주고받았을 부자간 힘, 그걸 믿어보라는 듯, 호식이 인권, 현이 부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 답은 나 같은 구시대 사람들이 기대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낼 것이다. 문제 해결이란 그런 거다.


이날 드라마는 출연자들을 통해 인간 감정의 3단콤보를 다 보여주었다. "간절함-분노-절망!"

인생살이가 그렇다.






https://m.blog.naver.com/aidiowna/22271919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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