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Dubronik, Croatia
어쩌다 보니 삼 주간 주말 내내 해외여행을 가게 되어서, 또 마요르카에서 단단히 얻은 여독이 가시지도 않아 취소할까 남편과 정말 많이 고민했던 여행지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안 갔으면 어떡할 뻔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좋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동안의 여행을 모두 능가할 정도였다.
남편이 한 명언이 있다. 사람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곳을 여행하기 전에는 는 이렇게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 줄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여기에 오고 나니 취소할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급체에서, 남편은 몸살에서 겨우 벗어난 터라 이번 여행은 힐링하는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다. 욕심부리지 말고 제일로 유명하다는 성벽 투어만 하자고 말이다.(18개월 남짓 된 아기를 데리고 성벽 투어를 하는 것이 힐링 여행인지 모르겠지만 ㅎㅎ)
여느 여행과 같이 금요일 저녁 여행지에 도착을 하고, 택시를 타고 숙소 Villa Ragusa Veccia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숙소가 너무 좋은 것이었다. 시내와 가까운 곳에 머무려고 올드타운 바로 옆에 있는 숙소로 예약했는데, 니스 여행 이후로 숙소 면적을 꼭 보는 습관이 생겨서 그런지 생각보다 쾌적한 넓은 방에 테라스까지 있었다. 덤으로 테라스에서 보는 시내 정경이 아름다웠다.
이전 여행과 같이 둘째 날부터 제대로 된 여행을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느긋이 준비를 하고, 10시쯤 길을 나선다. 남편은 아침부터 혈기왕성한 아들과 이미 올드타운, 붉은 성벽 내부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온 터이다.
점심은 메인 광장과 항구 주변에 위치한 Gradska Kavana Arsenal Restaurant에 가서 비교적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었다. 레스토랑이 매우 넓어 메인광장을 내다보며 먹을 수도, 항구를 보며 즐길 수도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항구를 택했다.
항구 너머로 보이는 뷰가 정말 예뻤고, 선선한 바람까지 날씨도 완벽했다. 이런 게 행복이란 것인가, 가족 셋 모두가 같이 모여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는다는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이 가장 행복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널찍한 레스토랑은 반경이 넓은 우리 아가가 에너지 넘치게 돌아다녀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휴 다행이다.
이미 늦긴 했지만, 해가 중천에 뜨기 전 햇볕이 강하지 않을 때 성벽투어를 해야 했기에, 든든히 먹고 서둘러 성벽 투어를 떠났다.
유모차는 숙소에 놓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데 까지는 아기를 안기로 했다.
우리 아기가 남자라서 그런지, 똑같이 무게가 나가도 여자 아이들보다 배는 무거운 느낌인데 올라가는데 남편이 정말 많이 고생을 했다.
중간에 중도 포기를 할까 남편한테 여러 번 묻기도 하고 스스로에게도 물었지만 결국 완주했다.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남편의 덕택이 매우 크다. 남편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성벽은 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파손 되었을 만도 한데, 잘 보존되어 있었고 더불어 붉은색 지붕의 집들까지도 어느 하나 자신의 개성을 풍기지 않아 하나의 멋진 중세시대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성벽투어를 마치고 나니 아기가 잘 시간이 돼서 틈을 타서 젤라또를 먹기로 했다!
다른 음식은 이제 얼추 아기한테 줄 수 있는데 아이스크림은 당이 많아서 아기한테 주기 좀 그렇다. 그래서 아기가 잘 때 빠른 틈을 노려 먹어 줘야 한다. 니스에서 먹었던 젤라또보다 훨씬 맛있었지만 가격은 배로 비쌌다.
구시가지에 있다 보니 여기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그동안 한국인을 많이 볼 수 없었는데 국인 아주머니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머나먼 동유럽 크로아티아에서 정겨운 고향의 냄새를 맡았다.
4월 말쯤 되니 여행 성수기가 다가오는 내음새도 풍겨온다. 성수기 전 여행지들이 한산할 때 어서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겠다.
전통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남편 덕분에, 부렉 Burek이라는 빵까지 맛보게 되었는데 이 음식은 지중해 문화권 국가에서 흔히 먹는 빵의 종류라고 한다.
빵 안에 고기, 치즈 등 기호에 맞게 넣어 구워낸 것으로, 바삭한 페스트리 안 짭조름한 식재료로 한두 입 먹기에 적당했다.
저녁은 이곳이 해변가 근처라 해산물이 맛있다길래 문어버거가 테이크 아웃해 와서 먹었지만, 니스에서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마요르카에서 단단히 체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소화시키러 혼자 산책을 나갔는데, 예상치도 못한 야경이 나에게 주는 깜짝 선물과도 같았다.
이 야경을 지금은 세명 다 같이 즐기고 누릴 순 없지만 우리 아가가 좀 더 크고 나랑 남편도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면 꼭 다시 한번 와서 즐기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18개월 밖에 안된 아기를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 아기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힘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이가 새로운 것을 보며 신기하는 모습들과 우리 부부가 여행지에서 쌓아나가는 경험과 기쁨들은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부부가 합을 맞춰나가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경험들이 우리를 더 결속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남편이 쓰는 느낀 점과 작은 팁
- 두브로브니크는 아들과 여행할 만한 도시였다. 성벽투어가 가장 걱정되긴 하였으나 아직은 아들이 나이가 어렸기(?)때문에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들 수 있었고, 휴양지답게 날씨도 적절히 따뜻했고 선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참 친절했다. 두브로브니크의 다른 관광요소가 있었겠지만 우리는 하루에 일정하나를 소화하면 만족하는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고, 따뜻한 날씨와 좋은 경치를 가진 두브로브니크는 참 만족스러웠다. 물가도 그렇게 비싸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다. 다만 맥주는 조금 맛이 없었던 것 같다. 맛이 잘 안 느껴졌다.
- 니스 여행 이후로 19제곱미터와 같은 좁은 집은 피하게 되었는데, 적어도 29제곱미터는 되어야 활동성이 넘치는 아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서 방크기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되었고 그런 측면에서 숙소는 참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