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아기와 14시간의 비행
레지던트 생활을 마치고, 6개월간 떨어져 있던 남편을 보러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
원래도 주말부부라 결혼 이후에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6개월씩이나 못 본 남편, 이제는 나와 아기의 일상의 저편으로 간 남편을 몇 시간 후에 본다고 생각하니 떨떠름하다. 아니, 그것보다도 17개월이 되어가는 아기를 데리고 14시간이나 걸리는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렵다. 아기와 비행기를 타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혹시 옆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영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치는 것은 아닌지 든든한 지원군이 둘(시부모님)이나 있음에도 막막한 것은 왜일까.
그것은 기우였다. 시부모님 덕도 있겠지만, 아기는 너무나도 잘 먹고, 잘 자고, 기내 안에서 편안하게 응가까지 했다. 우는 소리 하나 없이 꿀잠을 두 번이나 잔 우리 아가. 그런 아가를 보며 한국에서 가끔 길게 멈추지 않고 울었던 순간들이, 어쩌면 부모의 미숙함 때문이었다고, 아가의 천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국 심사까지 통과하고, 남편을 드디어 만났다. 생각보다 반가운 마음, 남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오랫동안 묵혀왔던 설렘의 감정까지도 몰려왔다. 두근거림 속 편안함과 익숙함, 드디어 세 식구가 같이 사는구나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