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무라면 Feb 04. 2020

글 쓰는 연하 남편,
그림 그리는 연상 아내

출간 예고 티저2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인생이란…….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뒤를 이을 어떤 적절한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분명치 않은 색채로 뒤범벅된 혼란에 가득 찬 어제와 오늘과 수없이 다가올 내일들을 뭉뚱그릴 한마디의 말을 찾을 수 있을까.



   _오정희 <중국인 거리> 중에서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



   라는 말은 내가 즐겨 쓰는 문장이다. 참으로 식상하기 그지없으나 나는 모름지기 우려먹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적확한 문장을 놔두고 새로운 단어를 고르는 일이 심히 귀찮기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다. 변명 투로 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비굴해 보일 테지만, 별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역시나 인생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단편적인 사례로, (드디어) 내일 모레 정식으로 출간되는 내 책의 일러스트를 아내가 그렸다. 다시 말하면, 고무라면이 본격적으로 글 쓰는 작가로 데뷔함과 동시에 누님 아내는 일러스트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의 시작은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간을 위해 출판사와 미팅을 가졌다. 이슈 중에는 일러스트도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샘플로 보여준 그림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쁜 일러스트를 기대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편집장님께서 아내의 그림으로 된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시더니만 혹시 아내분께서 그림을 그려주실 수 있는지 정중히 물으셨다.



   나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제 글은 필력으로 승부 보기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지라, 일러스트가 잘 빠져야만 합니다!’라고 황급히 외치고 싶었으나 그 장소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들 사이에 무언가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는 뭐지? 저자의 근심은 깊고 커져만 갔다.



   그리고 지난 두 달간, 아내는 열심히 그렸다. 비록 이전에 재미로 그림 몇 점 그린 게 전부지만, 본인이 마치 프로 일러스트 작가라도 된 마냥 불타오르는 창작열로 작업에 임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시간 되는 대로 그렸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때와 매우 흡사했기에 뿌듯하기는 하면서,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알 수 없는 인생의 묘미를 한껏 들이키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누님 아내께서 흘린 나름의 땀이 배어 있는 일러스트를 독자님들께 살짝 공개한다.



   연하 남편이 쓰고, 연상 아내가 그렸습니다. 







2020년 2월 6일 목요일, 고무라면의 첫 번째 책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이 출간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간 예고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