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연한 출발 Aug 28. 2022

우리의 열정은 여름만큼 뜨겁다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2022 리뷰

 사무라이 영화를 사랑하는 맨발은 또래 친구들이 로맨스 영화에 빠져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입으로만 사랑을 외치는 영화보다 보여주는 영화가 진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동아리에 소속돼 있지만 매번 시나리오 투표에서 밀려 영화를 찍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린타로를 만나게 되고 그가 자신의 영화에 주인공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여름 축제 때 상영을 목표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친구들과 연합해 영화 촬영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하지만 린타로의 비밀은 맨발을 흔들고 갈등에 빠뜨린다. 맨발과 킥보드, 블루 하와이 그리고 린타로는 과연 축제까지 영화 상영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감독은 기발한 방법으로 말로 표현하기보다 인물들의 행동으로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간절함과 행동력은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고 머리로 이해하는 대신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맨발은 사무라이 영화의 두 주인공이 서로를 죽일 것인지 살려 보낼 것인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한다. 사무라이 영화 또한 로맨스 영화의 기본을 따른다는 발칙한 결론을 내린 뒤 현실의 경험과 자신이 쓴 가상의 '무사의 청춘' 스토리의 결말을 섞는다. 그렇게 관객은 엉뚱한 방향으로 튄 영화가 어떻게 결말을 낼지 기대하게 되고 몰입한다. 그 결말은 자못 진지하고 흥미롭다. 


  최근 본 일본 영화 두 편의 결말이 흥미롭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 <실종>과 <썸머 필름을 타고!>다. <실종>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장르이며 <썸머 필름을 타고!>는 SF/ 로맨스 장르의 영화다.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품의 결말은 행동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서로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전자는 탁구였으며 후자는 사무라이들의 검 싸움이었다. 힘 있는 결말을 통해 관객들에게 온전한 끝맺음을 전달해 주는 뒷심 있는 영화들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의 결말이 주인공과 친구들이 영화 <무사의 청춘>을 어쨌든 잘 마무리 한 뒤 축제 때 성공적으로 상영하고 린타로와 헤어지는 결말이었다면 영화는 지금만큼 좋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무사의 청춘>은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하는 영화였다. 완성됐다고 해도 삭제되어야 할 영화였기 때문에 그 영화의 실질적인 결말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 내내 감독이 선택한 방식, 즉 맨발과 친구들, 린타로의 우정과 두 사람이 현재와 미래의 의미로 서로 칼을 맞부딪히며 마음을 나눌 때 비로소 진정한 영화의 마무리가 된다.  


 <썸머 필름을 타고!>는 감독의 영화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영화사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관객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매체의 위기와 그것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을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미래엔 영화가 사라져. 5초 영상이 기본이고 길어봐야 1분이야. 미래엔 더 이상 사람들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2022년 현재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때보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듣는데 급급한 시대다. 수많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사람들은 쉬지 않고 본다. 인간에게 이야기는 더없이 중요하다. 2시간이라는 상영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고, 숏 폼이 대세를 이루며, 한 시간 단위로 끊어 다회 차로 나눈 OTT방식이 주류가 됐다. 과연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이용해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감독이 생각하는 미래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미래였다.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쌍방의 능동적인 행위이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가 사라진다는 상상은 다시 한번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맨발의 의지를 일순간 꺾은 것 또한 미래에는 영화가 사라진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실제로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맨발과 친구들, 린타로와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는 일본 영화 특유의 웃음 코드, 분위기가 영화에 한껏 담겨 있다. 자칫 깨 발랄하고 조금은 과장된 인물들의 연기가 어색할 순 있지만 10대 때 한 여름의 학교 생활을 떠올리게 해주는 유쾌한 영화다.  


개봉: 2022/ 07/ 20
장르: SF,  로맨스, 멜로, 코미디/ 일본/ 98분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주연: 이토 마리카(맨발 역), 카네코 다이치(린타로 역), 카와이 유미(킥보드), 이노리 키라라(블루 하와이 역)
작가의 이전글 채색하지 않은 모성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