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2021 리뷰
주인공 레다(올리비아 콜먼)는 대학 교수로 휴가차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다. 휴양을 목적으로 그리스 어느 해변가에 머무른 레다는 뜻밖의 불청객 가족들과 자신의 삶과 묘하게 교차되는 모습을 보이는 니나(다코타 존슨)를 만나게 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는 배우 매기 질렌할의 첫 번째 연출작이다. 국내 관객들에겐 영화 <프랭크 Frank>2014(클라라 역)와 <다크나이트 The Dark Night>2008(레이첼 도스 역)로 잘 알려진 매기 질렌할은 최근 감독으로 데뷔한 이정재 감독과 비슷한 역할 변화를 꾀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훌륭한 배우이자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첫 걸음을 뗀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첫 연출작이지만 뛰어난 연출력으로 주인공 레다의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영화는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책 <잃어버린 사랑>을 각색한 작품이며 감독은 2022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할 만큼 뛰어난 각색 능력을 선보인다.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여성의 사랑에 관한 3부작의 소설을 집필했다.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 세 작품이며, 이는 마지막 <잃어버린 사랑>에 해당된다. 한국어판 제목으로 <잃어버린 사랑>이지만 영화 제목은 <잃어버린 딸>이라는 제목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명사 대신 딸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관객들은 레다와 만나게 된다. 홀로 휴가차 그리스에 도착한 레다는 집을 렌트해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지만 거칠고, 무례하며, 질이 좋지 않은 일가족들의 생일 파티 한가운데 자리하게 되면서 휴가 내내 갈등과 신경전을 겪는다. 뒤늦게 나타나 가족 모임이니 당연하다는 듯 자리를 비켜달라는 무례한 요구에 레다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 한 번의 거절을 시작으로 퀸스에서 온 그 가족들의 레다를 향한 불쾌한 시선은 레다를 긴장감으로 몰아간다. 한편 니나와 그녀의 딸 엘레나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레다를 보며 관객들은 레다에게 이입하게 된다.
젊은 엄마 니나와 그녀의 딸 엘레나가 교감을 하는 모습을 처음 바라보며 레다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흘리며 직원 윌에게 급히 물을 찾는다. 가장 중요한 인물 관계는 레다와 니나로 볼 수 있다. 주변 인물로 딸 나이대의 윌(25)이나 레다의 나이(48세) 보다 많은 자식(51세)을 둔 라일(8x)과의 관계도 이어지지만 부차적일 뿐이다. 니나의 딸이 갑자기 사라져 그들이 혼란에 빠지는 순간을 시작으로, 레다는 과거에 자신도 딸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순간 몰입한다. 니나는 자신에게 친절하지만 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레다를 호기심과 존경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각자의 의미로 서로에게 공감하고 빠져든다. 영화는 현재의 레다와 그녀가 회상하는 젊은 시절의 레다, 젊은 엄마 니나의 삶을 교차한다. 젊은 레다의 모습은 니나의 모습과 비교되는 한편 현재의 레다는 두 딸들이 25세, 23세가 되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인물이 변화하는 플롯을 구성하지 않는다. 레다는 자신의 지난 삶을 회고한다. 작가는 휴가의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설정한 뒤 레다가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갈등을 설정함으로써 레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를 풀어놓는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한 후 레다의 삶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정도로 선택하고 집중한다. 레다라는 인물이 우리와 다른 정도, 그녀의 삶이 우리의 삶과 떨어진 정도, 보편적이지 않고 특별한 정도가 영화를 얼마만큼 흥미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영화 전반을 통해 관객들은 레다가 두 딸을 양육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회상을 통해 알게 된다. 영화는 어머니로서 레다의 태도, 니나의 혼란과 고통에 집중하며 모성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그것은 기존 모성이 갖는 신화적인 부분을 해체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어린 딸들의 투정과 4-7세 아이들이 갖는 무질서함, 투정, 폭력 등을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편 자신의 꿈과 커리어를 위해 아이들을 육아를 뒤로하고 꿈을 위해 간 학술 컨퍼런스에서 지적으로 본받을 수 있는 젊은 지식인과 사랑에 빠졌던 과거를 떠올린다. 레다는 니나와 딸 엘레나의 외형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인간적으로 아이들에게 괴롭다고 말하고, 힘들다고 말하고, 지겹고 지친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전공을 살려 성취를 이루고 싶은 한 사람의 욕망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육아를 남편에게 맡기고 떠났다. 자신이 부족한 어머니고 모성이 없는, 비정상적인 여성이라고 느끼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육아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초인과 같은 일이며 불가능하다. 레다는 말한다.
"나는 일반적인 엄마가 아니에요"
아이들의 투정을 모두 받아주지만 감정적으로 지치지 않아야 하며, 원하는 꿈과 커리어가 있지만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 포기했어야 그것이 자연적인 모성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영화는 묻는다. 영화 마지막 레다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고, 아이들은 레다의 전화를 환영한다. 홀로 휴가를 떠나 외지에서 타인과 자신에 의해 고통받고 상처 입은 레다는 딸아이들의 목소리로 위안을 받는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고 합리화하며 그렇게 마음의 위안을 얻고 그것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삶이 틀렸고 올바르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고 후회와 경멸로 나날을 지새우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가야 한다. 삶은 선택이다. 레다는 니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며 좋은 어머니에 대한 갈망을 놓지 못한다. 사라진 엘레나를 찾아주고, 니나의 외도를 돕지만 한편으로 아이의 인형을 훔쳐 니나 가족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개봉: 2022.07.14
장르: 드라마/ 미국, 영국, 그리스/ 122분
감독: 매기 질렌할
주연: 올리비아 콜먼(레다 역), 다코타 존슨(니나 역), 제시 버클리(젊은 레다 역), 폴 메스칼(윌 역), 에드 해리스(라일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