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 1962 리뷰
나나는 레코드 샵 점원으로 일한다. 영화배우로 성공하고픈 마음에 TV 프로에 출연도 했지만 영화계는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매춘을 하기 시작하고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녀의 이상과 현실은 괴리를 드러내고 결국 그녀는 자유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타인 말고 자신에게 자신을 송두리째 던져라"
- 몽테뉴
영화는 인물 중심의 화면을 구성한다. 최소한 관객에게 설명해야 할 배경 지식이나 상황 설명은 최대한 배제한 채 인물의 연기, 대사에 집중한다. 인물의 행동을 제한하면서 영화는 주인공 나나(안나 카리나)의 얼굴에 집중한다. 감독은 나나 얼굴의 정면, 측면 클로즈업 샷을 사용하며 롱테이크를 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 편집 기법인 리버스 샷을 사용하지 않는데, 리버스 샷을 사용한 대화 장면에 익숙한 관객들은 어색함을 느낀다. 장 뤽 고다르는 의도적으로 할리우드의 편집 기법을 기피하면서 관객이 영화와 등장인물 나나에게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화면 구성은 광고에서 자주 사용되는 화면 구도와 심플함을 보여준다. 4:3 화면비를 사용하며 주인공의 얼굴을 가득 담는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한다. 감독은 나나의 입을 빌리기도 하며 중간중간 프랑스의 성매매, 매춘 현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설명해 주는 신을 넣으면서 관객이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상황을 판단하도록 한다. 이는 특히 후반부에 나타나는데 자신의 일에 대한 고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대화들이 나온다. 이는 관객의 간접 체험보다는 이성적인 체험에 가깝다. 또한 샷들의 충돌, 점프컷을 통해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받아들이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영화와 문학을 분리시키고자 했다. 영화는 문학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로 각색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져 왔다. 장 뤽 고다르는 이에 카메라(영상), 음악을 통해 영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영상 언어 기법을 시도했다.
장 뤽 고다르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프랑스 감독이다. 할리우드식 영화 스튜디오에서 준비된 배우들이 예산 안에서 영화를 찍어내는 방식이었다면 누벨바그 감독들은 기존을 틀을 바꾸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자연광의 사용, 비전문배우들의 연기, 즉흥성, 스토리보드 파괴, 점프컷 등 감독이 기술적인 부분(촬영, 음향, 편집 등)이 그렇다. 기술적 총괄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작가로서 영화에 자신의 스타일을 녹여내는 방식을 선호했다.
나나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다. 매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 불행이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는 친구 이베트의 말에 그녀는 모든 행동은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고개를 돌려도 내 책임, 불행한 것도 내 책임. 내 책임이란 걸 잊어도 여전히 나인걸"
그녀는 존재 그대로, 인생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놔두지 않았다. 가난이 매춘의 길로 이끌고, 돈을 낸 손님은 모두 받아야만 한다는 그들의 규칙안에서 나나에겐 어떤 선택권도 없다. 규칙을 어긴 나나는 라울에게 끌려가 다른 포주에게 팔리지만 금액이 부족하단 이유로 상대편 포주가 쏜 총에 맞는다.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은 나나뿐이다. 나나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삶,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던 모습은 결국 인간은 거대한 사회의 부속품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재개봉: 2019.04.04
장르: 드라마/ 프랑스/ 84분
감독: 장 뤽 고다르
주연: 안나 카리나(나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