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1999 리뷰
결혼을 약속했던 후지이 이츠키가 죽자 그가 그리웠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그의 집으로 편지를 보낸다. 답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편지였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보낸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장이 도착한다. 답장을 보낸 사람의 이름 또한 후지이 이츠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사실 확인을 위해 그의 주소로 가봤지만 예상대로 그의 집은 헐리고 국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같은 동네에 동명이인의 후지이 이츠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답장을 보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와 답장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 사실은 답장을 보낸 후지이 이츠키는 여성이며, 그녀가 학창 시절 이름이 같았던 소년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와타나베 히로코는 자신이 사랑했던 후지이 이츠코의 학창 시절이 궁금해져 그녀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후지이 이츠코에게 답장을 보내기 위해 소녀 후지이 이츠코는 기억을 더듬고, 그와 함께 다녔던 학교로 찾아가 사진을 찍는 등 추억을 되짚어 그를 떠올린다. 하지만 소녀 후지이 이츠키는 걸렸던 감기가 점점 악화되고 건강이 안 좋아져 아버지의 병력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한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친구이자 마음을 열고 있는 시게루 아키바와 함께 후지이 이츠코가 죽은 그 산으로 찾아간다. 소녀 후지이 이츠코는 학교를 찾아갔다가 당시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후지이 이츠코가 2년 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죄를 짓는 것 같아 산을 찾기를 망설였던 와타나베 히로코는 동이 트는 시간 산을 마주하고 산을 향해 소리친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요!"
소녀 후지이 이츠코는 건강을 회복한 뒤 소년 후지이 이츠코가 남긴 메모를 후배들을 통해 확인한다.
"가슴이 아파 이 편지는 차마 보내지 못하겠어요"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90년대 멜로 영화로 아날로그 감성이 넘친다. 우편배달부가 전하는 편지. 사람들은 우편을 이용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면 독서 카드에 이름을 적어야 한다. 그가 쓰는 이름이 그의 이름인지 그녀의 이름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소년 후지이 이츠키는 잘생긴 외모에 무뚝뚝하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자발적 아싸로 지낸다. 소녀 후지이 이츠키는 예쁜 외모에 공부도 곧잘 한다. 친구들이 같은 반에 이름이 같은 친구 후이지 이츠키와 커플로 놀리는 것이 싫지만 꾹 참는 반면 소년 후지이 이츠키는 츤데레 같은 면모를 보인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소년 후지이 이츠키다.
소년 이츠키는 이사 가기 전 소녀 이츠키에게 책 한 권을 건네주며 시간이 없으니 대신 반납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바로 그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이다. 실제로 감독은 영화 속 스토리 구조를 영화 <러브레터>의 각본을 쓰는데 참고했고 꽤 충실히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사랑을 덜어내는 사람과 사랑을 채워가는 사람이 존재한다.
영화는 사랑했던 사람을 잘 떠나보내는 법을 이야기 한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남자 친구 후지이 이츠키가 죽었지만 아직 보내줄 생각이 없다. 죽은 그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면서 끈을 놓지 않다. 동명의 소녀 후지이 이츠키가 그(소년 후지이 이츠키)의 학창 시절을 그녀(와타나베 히로코)에게 이야기해주면서 그녀는 그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한편, 그녀에게 소년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소녀 후지이 이츠키는 뜻밖에 그 당시 소년의 마음을 알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모르고 살 수 있었던 소년의 마음을 그를 사랑했던 다른 여성을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은 추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가 죽은 그 산을 향해 가슴속에 묵혀 두었던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으며 치유의 효과를 얻는다.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잘 지내시나요! 전 잘 지내요!). 슬픔보다 그리움, 추억, 첫사랑의 아늑함에 더 가깝다. 히로코가 이 대사를 외치는 순간 눈물이 난다. 마음을 건드리는 무엇이 존재한다. 떠나간 사람을 억지로 잊으려는 노력보다 마음을 다해 보내주는 행위가 우리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세 사람은 인연은 독특하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소년 후지이 이츠키와 사랑하다 사별을 한다. 그런데 소년 후지이 이츠키의 첫사랑은 와타나베 히로코와 외모가 똑 닮았으며 그 자신과 이름이 같은 후지이 이츠키다. 세 인물의 공통분모가 형성되면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하지만 같은 평행선들이 그어진다. 와타나베 히로코와 소녀 후지이 이츠키의 외모가 같은 탓에 소녀 후지이 이츠키의 과거 회상은 마치 와타나베 히로코의 과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녀 후지이 이츠키의 학창 시절 첫사랑의 추억과 와타나베 히로코의 성인이 되어서 나눈 사랑을 합친 것이 소년 후지이 이츠키에게 남은 사랑이 아닐까. 두 여성은 한 남성의 시간을 나누어 가졌지만, 그들의 한 남자 후지이 이츠키는 하나의 사랑으로 남아 죽기 직전 한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었다.
그가 죽기 전 부른 노래는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라는 노래다.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저 섬으로 간다네."
일본 북단 오타루에 살고 있는 후지이 이츠키(여성)를 향한 그의 마음이었다. 와타나베 히로코에게 후지이 이츠키가 죽음으로 떠나지만, 소녀 후지이 이츠키에게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마음속에 소년 후지이 이츠키가 마침내 도착한다. 떠나보내야 하는 이와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 죽은 그 소년은 두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재개봉: 2022/12/08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일본/ 117분
감독: 이와이 슌지
주연: 나카야마 미호(후지이 이츠키, 와타나베 히로코 역), 토요카와 에츠시(시게루 아키바 역), 사카이 미키(소녀 후지이 이츠키 역), 카시와바라 타카시(소년 후지이 이츠키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