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봉 초콜릿' 김성준 대표를 만나다.
창업교육에서 자주 활용하는 도구 중 하나로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등이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스타트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등에서도 많이 활용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내용을 한 페이지에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의사소통에도 유용하기 때문인 듯하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의 가운데 부분에는 '가치 제안'이 있다. 가치 제안은 고객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특정한 가치이다. '가치 제안'의 우측으로는 고객과 관련된 요소들(고객 세그먼트, 고객 관계, 채널)이 있다. '가치 제안'의 왼쪽으로는 어떻게 그 가치를 만들 것인가와 관련된 요소들(핵심 파트너십, 핵심 활동, 핵심 자원)이 있다. 결국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서(비즈니스 모델 왼쪽)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가(비즈니스 모델 오른쪽)에 관한 내용이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 요소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치 제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비용구조(왼쪽 아래)와 고객에게 전달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원(오른쪽 아래)이 아래쪽에 있다.
스타트업들이 겪는 문제는 문제들을 크게 분류해 보면 ① 제대로 된 가치 제안을 만들지 못한 경우(중앙) ② 고객을 찾지 못하였거나 마케팅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오른쪽) ③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 등이 부족한 경우(왼쪽) ④ 이 과정에서 수익모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아래쪽)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스타트업들에게는 이 문제들이 모두 어려운 문제들이다.
며칠 전, 강원도 홍천에 있는 샵봉 초콜릿을 찾아갔다. 강원도의 한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 4회를 방문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방문이었다. 스타트업 대표들과 대화를 하면, 대화의 주제가 단순히 창업 아이템의 범위에 머무르지 않고 대표들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김성준 대표에게도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일자리를 찾아 캐나다에 가서 3년 동안 일을 했었고,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친구와 함께 스마트 카메라 관련 사업을 시작했으나 사업에 실패했다. 그리고 현재 5년째 워크아웃 채무 변제를 하고 있다. 도시락 배달 사업의 경험도 있다. 그의 도전은 계속되어 왔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향 홍천을 사랑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초콜릿 제조 사업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질문했다. 원래 초콜릿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3D 프린터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초콜릿을 만드는 틀(몰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 몰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몰드가 아닌 초콜릿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카카오 원재료인 카카오 bean으로부터 초콜릿까지 직접 만드는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을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이 방식으로 초콜릿을 만드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고 한다.
현재 샵봉 초콜릿은 직원이 한 명도 없다. 김성준 대표 혼자서 원두 로스팅부터 최종 초콜릿을 제조하기까지 모든 일을 하고 있다. 초콜릿 제조뿐만이 아니다. 푸드 박람회 등 간혹 이루어지는 특판 행사도 혼자 나가서 하고, 인스타그램 관리 등도 직접 하고 있다. 틈틈이 공공기관의 창업 지원사업에 신청서도 냈었고,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관련 교육도 받고, 관련된 서류 작업도 해왔다. 최근에는 창업 지원사업보다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샵봉 초콜릿은 서서히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샵봉 초콜릿은 강원도 농업기술원으로부터 '강원도 8대 농가공품'으로 선정되었고, 최근에는 방송 프로그램인 '6시 내 고향'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활영을 했다고 한다. 방송 등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10월 8일부터는 L백화점 본점에서 강원도 특산품 판매가 이루어지는데, 샵봉 초콜릿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도변에 있는 매장은 큰 규모가 아니었다. 조그마한 공간을 매장, 공장, 사무실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이 공간은 지인으로부터 비교적 저렴하게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고 한다. 전기공사 등 기본적인 것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나머지는 직접 인테리어를 했는데 한 달 넘게 지속한 셀프 공사를 진행하며 다짐한 것은 '다시는 절대로 인테리어를 직접 안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었다. "인테리어를 직접 했음에도 굉장히 잘하셨네요."라고 하자 김성준 대표는 인테리어의 마감이 깔끔하지 않다며 "자세히 보면 안 돼요"라고 했다. 예를 들면, 공간을 나누고 있는 칸막이의 유리는 치수가 정확하게 맞지 않아서 창틀보다 유리가 많이 작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벌어진 틈은 실리콘을 잔뜩 넣어서 억지로 붙였다. 곳곳에 그런 비전문가의 흔적이 있기에 매장 안 인테리어를 자세히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장시간 김성준 대표와 대화를 하고 난 이후,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떠올랐다. 샵봉 초콜릿은 빈투바 초콜릿이라는 '가치 제안'도 찾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찾았다. 그런데,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 기계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덜 수고하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데, 아직까지 자금 부분에 여력이 없어 용량이 큰 기계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넓은 공간의 매장, 직원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자원의 부족'은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샵봉 초콜릿은 이 자원의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김성준 대표의 노력으로 자원의 부족을 메워가고 있었다. 매장 인테리어는 직접 했었다. 매일 밤늦게까지 묵묵하게 제품을 혼자서 직접 생산한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잠은 매장에서 잔다. 언뜻 보기엔 책상 하나로도 꽉 차 보이는 좁은 사무실 공간을 보면서, 그는 "딱 한 사람 누울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성준 대표에게 물었다. "만약에 매장하기에 좋은 넓은 장소가 나타난다면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지금 대표님 자금사정은 넉넉지 않은데요." 그의 대답은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 장소가 나타나면 다시 직접 인테리어를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