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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Nov 14. 2021

완다비전 – TV로 확장한 MCU의 세계관

완다비전은 디즈니+ 탄생 이후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 오리지널이다. 극장을 중심으로 구축해온 MCU의 세계관을 홈미디어 서비스인 디즈니+에도 이식하기 위한 첫 작업이 바로 이 작품인 것이다. 가정을 1차 시장으로 한 이 작품은 철저히 TV용 드라마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다. 이 작품은 처음 미국에서 공개를 시작했을 때 매주 한편씩 공개되었다. 넷플릭스가 선택해온 일괄 공개 방식이 아닌 기존 TV시리즈의 공개 방식인 주간 편성 방식을 택한 것 자체가 기존 TV 시대의 문법을 계승하겠다는 의미이다.      

내가 이 작품을 호평하고 싶은 것은 MCU가 다시 한번 장르적 확장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간 MCU는 각 히어로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장르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전쟁영화(퍼스트 어벤져), 첩보영화(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스페이스 오페라(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흑인 민권 영화(블랙팬서) 등등이 그러하다. 완다비전은 그간 영화 중심의 MCU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시트콤 장르를 택했다. 시트콤은 각 에피소드별로 특정 상황 주고 이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장르로 전형적인 TV시리즈의 형식이다. 디즈니+는 TV를 1차 시장으로 하는 홈미디어 서비스로서 완다비전은 이러한 매체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한 장르로 만들어진 것이다. 디즈니의 트랜스 미디어 전략의 선봉장으로서 완다비전이 TV 매체의 장르를 선택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놀라운 것은 시트콤 장르가 단지 형식적 차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고 완다의 가슴아픈 서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완다는 어릴때부터 계속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왔다. 어릴때는 부모님, 성인이 되어서는 오빠(큇실버, 피에트로)를 잃고 외로운 삶을 살았다. 오빠마저 잃고 침울해 있을 때 그의 곁에 와 준 것이 비전이었는데 그 마저 타노스에게 잃었다. 이렇게 절망적인 삶 속에서 그녀는 어릴 적 가장 행복했던 시절 부모님과 즐겨봤던 시트콤 속의 삶을 꿈꾸었고 스스로가 그런 세계를 창조했다. 시트콤 속의 삶은 현실의 절망 저 반대편에 있는 행복하고 유쾌한 가상의 세상으로 완다의 아픔이 역설적으로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마블 스튜디오의 기획과 스토리텔링 능력에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 작품은 디즈니+의 첫 오리지널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페이즈 4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MCU 페이즈 4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은 “멀티버스”인데 이 작품은 그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능력이 뛰어난 히어로에서 전설의 마법사인 “스칼렛 위치”로 다시 태어난 완다가 MCU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내년 선보일 닥터 스트레인지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서 완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마지막 쿠키영상은 그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MCU 사상 최초의 공포영화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고되었다. 히어로물에서 공포 장르를 취하는 것은 또 다른 시도이다. 만일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MCU의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슈퍼히어로 물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내에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는 MCU... 어떻게 이 매력적인 세계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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