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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Nov 13. 2021

이터널스–마블의 뉴비전, 확장된 세계관과 다양성

마동석의 헐리웃 진출작으로 우리에게 더욱 기대감을 갖게 했던 이터널스가 개봉을 했다. 언론에서는 마동석과 안젤리나 졸리가 함께 서 있는 장면들을 보도하며 열광을 했지만 찐 마블 팬들은 이 거대한 이야기가 MCU의 세계관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이터널스는 마블 영화 중 가장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주의 기원과 인류 문명의 발전을 다루는 것은 그간 전 우주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오던 마블로서도 그 세계관을 크게 확장시킨것이다. 슈퍼 히어로물 전체를 통틀어 이처럼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없었다. 영화 이터널스는 우주의 기원, 그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계의 생성과 소멸을 관장하는 절대자를 그리고 있으며, 그 중 일부로 존재하는 지구에서 수 천년에 걸쳐 문명을 발전시킨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감독 클로이 자오는 이 영화를 만들며 영향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로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꼽았다. 드넓은 우주와 인류 진화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고전이다. 클로이 자오로서는 참고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터널스”에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중요한 오브제인 “모노리스”의 형상을 한 우주선이 등장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모노리스는 외계에서 온 물체로 이를 인류가 마주할 때마다 인류는 크게 진화를 한다. 이터널스는 이 우주선을 타고 등장하고 이들 중 한 명이 인류의 문명이 한 단계 더 나아갈 때 등장했던 주요한 도구를 제공한다(쟁기, 증기 등). 마블이 거장의 세계관을 차용해 자신의 세계관을 한 단계 진화시키려는 야망으로 읽힌다. 



 이터널스의 야망은 다양성에서도 나타난다. 이터널스는 그동안 디즈니가 줄기차게 보여주던 PC(Political  Correctness) 정책의 끝판왕격이다. 10명의 이터널스에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5:5이다. 인종으로 보면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아랍인 등 다양하고 성소수자와 말을 못하는 장애인까지 등장한다. 리더는 히스패닉 여성이며, 리더 자리를 승계받는 인물은 동양계 여성이다. 그간의 여타 히어로물과는 철저히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성하고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 구성을 두고 반 PC주의자들은 억지스러운 설정이라고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 배치는 이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는 측면에서 너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이 영화는 인류의 화합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인류는 다양한 인종, 성별, 취향을 가진 개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양한 인간들이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해 나가며 발전시켜온 것이 오늘날의 문명이다. 이터널스 또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협력하는데 이들의 모습이 인류가 살아온 양태와 유사하다. 즉, 이터널스 그 자체가 인류를 표상하는 집단이다. 그러면 이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은 당연히 다양한 인류처럼 다양한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영화 이터널스를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지루하다. 액션이 부족하다. 너무 산만하다. 등등이 비판의 핵심인데, 이는 이 영화의 비전이 너무 거대하고 캐릭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 캐릭터들은 모두 처음 소개되기 때문에 각각의 서사를 처음부터 빌드업 해야한다는 숙제도 있다. 그래서 영화는 액션의 비중보다 드라마와 서사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마블에서 감독을 선정할 때도 액션 연출이 탁월한 감독이 아닌 드라마 서사에 강점이 있는 클로이 자오를 택했던 것이라 아닐까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액션이 다소 약하고 지루하게 보일 수 있었겠지만 향후 페이즈4를 끌고 가기 위한 초기 작품으로서 당연히 선택해야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 정도면 클로이 자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MCU 전체를 놓고 볼때 마블의 비전이 너무 거대해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보면 멀티버스(다중 시간)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주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우주의 기원을 다루는 주제도 들어갔는데 둘 다 너무 커다란 주제들이어서 이를 어떻게 엮어낼지가 다소 걱정된다. 각각의 주제만 놓고 봐도 너무 거대한데 이 두 개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어낼 수 있을지가 걱정스럽다. 지금까지 해온 마블의 행보를 보면 이 걱정이 기우로 그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만일 이 거대한 세계들을 제대로 엮어내기만 한다면 페이즈 1~3을 관통하는 인피니티 사가를 넘어서는 대단한 세계관을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마블이 제시하는 비전과 이를 실행해나가는 행보를 앞으로 묵묵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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