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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Feb 22. 2022

기축통화 논쟁 팩트체크

미디어와 영화 이야기를 제외한 주제로 거의 처음 글을 쓰는것 같다. 어제 토론을 보며 궁금한게 생겼고 과연 사실이 무엇인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선이 박빙으로 향하며, 후보들간 신경전이 날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에서 정책만 보고 과연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고 싶었다. 이글은 정치적 글이 아닌 팩트를 체크해보고자 쓴 글이니 정치적으로 읽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어제 토론에서 등장한 "기축통화"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재명 후보가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언급에서 시작된 이 논란은 마치 원화가 미국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오해가 되어 큰 논란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러 언론사에서 팩트체크를 했듯이 이 발언은 며칠전 전경련이 만든 보도자료를 근거로 한다. 전경련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되는 달러, 유로화, 엔화, 위안화, 파운드화 5개 화폐를 기축통화로 명명했으며, 5가지 근거를 들어 원화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경련은 SDR 포함 통화를 기축통화와 다름없는 것으로 칭했으며, 이재명 후보는 이를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어제 발언 이후로 논란이 커지자 전경련은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보도자료의 내용은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라고 해명하였다.

      

* 전경련(22.2.13). 전경련, 원화의 기축통화「원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5가지 근거」보도자료


*전경련(2022.2.22). 원화의 SDR 편입추진 관련 설명자료

원화의 SDR입추진 관련 설명자료

기축통화 관련 발언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설명하며 나왔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 부채비율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니 빚을 더 내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가계부채를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는 기축통화국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가 낮아보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비기축통화국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의 주장의 핵심은 기축통화(SDR) 국가는 통화 안정성이 보장되니 부채비율이 높아도 관리가 될 수 있고, 비기축통화 국가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재정확대 정책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근거로 한다. 즉, 우리나라가 기축통화로 지정될 수 있는 여부보다 과연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과한것인지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비율과 타 국가를 제대로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은 워낙 자기 편한대로 데이터를 제시하고 해석하니 정확한 판단을 위해 원데이터를 찾아서 직접 산출해보았다.    

   

IMF에서 GDP 대비 국가별 부채비율을 데이터를 뽑아서 산출해 보았다. 2019년과 2020년 데이터를 전체 국가 평균, OECD 국가 평균,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되는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기축통화)의 GDP 대비 평균 부채비율을 각각 살펴보았다. IMF 사이트에서 직접 데이터를 다운 받아 OECD 국가를 표시하고, 미국 달러, 유로화, 엔화, 위안화, 파운드화를 사용하는 국가를 표시해서 각각 평균치를 내서 우리나라의 수치와 비교해 보았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년 기준으로 42.38%로 전체 평균 대비 약 25%포인트 낮았으며, OECD 평균으로 해도 27.64% 포인트 낮았다. SDR에 포함되는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 평균과 비교하면 51.22%포인트 낮았다. 기축통화, 비기축통화 가리지 않고도 국내 부채비율은 다른 나라대비 높다고 할 수 없다. 증가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부채비율 증가폭은 다른 국가 평균에 비해 대체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면, 아직은 어느정도 여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안철수 후보가 지적한 것처럼 전세계적 긴축이 단행되는 마당에 재정 확대를 하는 것이 부담일 수는 있다. 그런데, 긴축이 단행되는 국면에서 더 큰 문제는 엄청난 가계부채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2,000조를 넘어서 전세계 최고 수준인데,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며 이것이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위험이 더 크지 않을까? 국가부채 증가라는 말은 상당히 무서워 보인다. 과거 국가 부도를 겪어본 국민 입장에서 재정건정성 문제는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독학으로 조금씩 거시경제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건 이 중요한 정책적 논의가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듯 해서이다. 부디 정확한 데이터 기반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합리적인 정책이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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