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아들과 ‘아바타’를 보고 왔다. 결혼은 커녕 지금 아내를 만나기도 이전에 봤던 영화를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과 같이 보게 된 것이다. 그만큼 아바타의 재등장은 무척이나 신기하고 또 반가운 일이다. 아바타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가진 영화다.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나타나기 전까지 10년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바타는 21년 중국에서 재개봉하고 난 이후 다시 박스 오피스 1위에 복귀했으며, 이번 리마스터링 개봉으로 영화 사상 최초로 30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4조 2천억)를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바타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지구에서 온 이방인이 특정 행성의 원주민들과 소통하다가 이들에게 감화되어 같은 편이었던 지구인들에게 등을 돌리고 원주민 편에서 싸운다는 설정이다. 이는 1986년 개봉한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엔리오 모리꼬네의 Gabriel’s Oboe로 유명한)과 유사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 스토리 라인은 영웅의 탄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형적인 신화적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처럼 익숙하고 단순한 내러티브는 너무나도 보편적이서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게 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일부러 이렇게 스토리 라인을 단순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연구했던 기술력이다. 아바타는 전체 영상의 절반 이상이 CG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모션 캡쳐 방식에서 진일보한 이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CG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전달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CG로 만들어진 이 가상의 행성 판도라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기승전결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바타는 3D 영상의 폭발적인 확산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한 영화이다. 아바타 이전에도 3D 영화는 있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아바타가 3D 영화로 개봉하고 전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하면서 3D 영화 제작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후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급 영화 대부분은 3D로 제작이 되었다. 3D는 볼터와 그루신이 말한 “비매개에 대한 욕망(desire for immediacy)”의 결과물이다. 우리 눈앞에 펼처지는 가상의 세계가 마치 진짜라고 믿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서 3D는 기능한다. 아바타 이후 극장은 3D 상영을 넘어 더욱 많은 감각을 자극하는 4D 상영관까지 확대해가며 경험을 강조하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갔다. 영화 아바타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더욱 현장감 넘치는 영상 시청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바타는 다시 한번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신화를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11월 개봉하게 될 2편 “물의 길”을 시작으로 2년 간격으로 5편까지 개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재개봉한 리마스터링은 이 거대한 대서사시에 시동을 걸기전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잇기 위한 시도이다. 예전부터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는 안경없는 3D 기술을 선보인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지 궁금하다. 꼭 그것이 아니라하더라도 새롭게 시작되는 아바타 시리즈에서는 분명히 기술적 진보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된다. 헐리우드 최고의 테크니션 제임스 카메론, 그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기술적 진보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