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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May 14. 2024

미국 석사/박사 지원하는 과정


미국 석사나 박사과정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직장생활에서 꽤 오래 일을 하다가 다시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지원과정을 부득이하게 두 번을 거쳤습니다. (심지어 악명높은 GRE도 두 번을 준비해서 쳤습니다.)  

미국의 대학원 준비는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준비해야할 서류도 많아서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에 숨이 턱 막히고 포기하고 싶은 때도 정말 많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 과정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는데요, 미국에서 석사나 박사를 하고자 하는 분들께, 그리고 준비 당시 저처럼 막막하고 좌절감을 느낄지 모르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글을 남겨봅니다.

석사, 박사 과정 지원에 필요한 것들

일단 필요한 지원 서류들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GPA (학부/석사 성적표)

CV (이력서)

토플

GRE

SOP (지원서)

추천서

학교 및 학위 과정에 따라 Writing Sample / Research Statement 등을 요구하기도 하고 추가로 diversity statement 등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어느 것 하나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없고 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원이 더 고단한 과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라톤 경주를 위해서는 체력단련과 코스에 익숙해지는 노력이 필요하듯 짧으면 2년, 길면 5년 이상 걸리는 석사/박사과정에 입문하기 위해 체질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GPA

몇 점의 평점이 충분하냐라는 질문에 답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과에 따라 학부 특정 과목의 학점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지원자의 성실성을 의심하게 할 만큼의 학점만 아니면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어짜피 미국 석사/박사 과정에서는 GPA를 비롯해 SOP, 추천서, 다른 영어 점수 등을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영어 시험

토플 및 GRE입니다.

기존 영어 실력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시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술과 시험의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험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시험준비는 지원자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최대한 단기간에 마무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시험 준비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다만 영어 실력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키운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보통 유학을 간다고 하면 단순히 영어 시험 점수를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어 실력이 아예 없으면 점수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겠지만 기본기를 다지는 것 없이 그렇게 만들어진 점수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입학은 달리기 경주의 출발선에 나를 세워주는 것이지 경주의 종착점, finish line에 나를 데려다주는 게 아니거든요.

유학 생활의 질은 영어 실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똑같이 돈을 쓰고도 얼마만큼을 얻어갈 수 있느냐는 학생의 영어실력에 달려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주어지는 과제를 읽고 이해하고, 강의를 듣고 토론을 듣고 이해하고 말하고 쓰는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강의를 들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을 생각한 시점부터 시험과 관계없이 영어에 대한 투자를 계속 해야합니다.

경험상 유학을 준비하자마자 영어회화를 등록하든, 스터디를 하든 꾸준히 영어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걸 추천합니다.

영어회화의 경우,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몇 달 다니고 그만 두는 분들이 많은데요.

꾸준히 하면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 ‘이거라도 하자’하는 마음으로 대학의 어학당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학부 재학하는 기간 동안 거의 5년을 수강했습니다. 레벨 1부터 8까지 모든 반을 들었는데요.

그렇게 조금씩 실력이 쌓이면 시험 준비 자체가 조금은 쉬워집니다. 물론 시험 특성에 맞게 단어를 외우고 하는 과정은 있어야 하지만요.

그렇게 어학당을 다니고 토플은 한 달만 독학해서 한 번 시험을 보고 끝냈습니다. (석사 때는 독학으로 109점을 받았고 박사 지원시기에는 석사를 미국에서 했기에 면제를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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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 

아마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관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어를 그래도 어느 정도 한다고 자신했었지만 어마어마한 좌절감을 심어준 시험입니다.

특히 석사 지원 시기에는 지방에 있었는데 그 지역에는 GRE 학원이 없어서 GRE 역시 독학을 했어야만 했는데 무식하게 단어를 A부터 외워나가며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박사 지원 시기에는 학원을 다녔는데요.

토플도 그렇지만 시험은 혼자 할 수 있으면 하되 아니면 빠르게 학원을 가는 걸 추천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시험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석사 지원 시기에는 GRE를 독학하고 박사 지원 시기에는 학원을 다니면서, 학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왜 GRE를 공부해야하는지 깨달은 점입니다. (물론 ‘왜’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단순히 ‘what’만 가르치는 곳도 있긴 하겠습니다.)

단순히 단어를 묶어서 정리해서 외우고 하는 스킬을 배우게 된 것 외에도 “왜”를 깨닫게 된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석사 준비하면서 혼자 도서관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왜 이런 걸 해야하는 거야”하는 생각에 괴로울 때가 많았는데 학원을 다니면서 “왜”를 알게 되자 공부는 여전히 고되었지만 즐거웠습니다.

한 달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바로 시험을 쳐 원하는 점수를 받고 ‘졸업’했습니다. ​​


 SOP 

아까 이 모든 과정이 유학을 위한 체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SOP도 마찬가지입니다. SOP는 단순히 입학을 위해 써서 내야하는 숙제가 아닙니다.

‘내가 왜 유학을 가고자 하는가?’

‘유학을 다녀오면 내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왜 이 학교인가?’

‘유학을 가서 나는 어떤 걸 배우고 싶은가?’

‘석사라면 2년, 박사라면 5년 혹은 그 이상. 인생의 소중한 시간과 돈, 자원, 기회비용을 들어 유학을 가야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무거운 질문들에 대한 답입니다.

처음에는 쓰는 게 힘들었지만, 저는 SOP를 쓰면서 유학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이 더 뾰족해졌습니다.

그 전에는 두루뭉술하게 단순히 유학을 가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면 더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에 있는 무슨 프로그램에서 어떤 걸 공부해서 졸업해서는 뭘하겠다는 청사진이 그려진 느낌이었습니다.  

팁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언제 시간내서 제대로 쓰겠다라는 생각보단 아이디어가 떠오를때마다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SOP는 하나의 유기적인 스토리입니다.

내가 이 분야를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계기, 그래서 그 분야에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어떠한 gap을 느꼈는지,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그 gap, 간극을 메우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공부를 끝낸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들을 틈틈히 생각하면서 왜 유학을 하고 싶은지, 계기가 있었는지, 연계할 수 있는 내 개인적인 스토리나 경험이 생각날 때마다 짧게 메모를 해두었는데요, 그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글 쓴 결과물은 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손과 눈을 거칠 수록 더 좋아집니다. 쓰고 나면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면 좋습니다.

기타 에세이

학교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면 좋습니다.

writing sample 을 요구하기도 하고 research statement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박사과정 지원할 때는 writing sample에 research statement에, 학과의 mission statemen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적는 짧은 에세이도 내야했습니다.

추천서 

유학 생각이 있으면 미리 받을 분들을 생각해두고 유학계획을 공유하며 언질을 해두면 좋습니다.

언제쯤 추천서가 필요한지 알려주면 그 분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GPA가 학생으로서의 내 성실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면, 추천서는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라고 하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평소에 꾸준히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CV

꼭 유학이 아니더라도 CV는 만들어두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꾸준히 자신의 성장을 모니터링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 아침에 써내려 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관심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의 배움의 기회가 되었든, 일하는 기회가 되었든 꾸준히 기회를 찾고 그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CV에 한 줄을 채운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러한 경험을 통해 이 분야가 정말 나와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여러 기회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덧. 어느 학교를 지원할 것인가?

어느 글에선가 보니까 학교를 3개의 tier로 나눠서 지원하라고 하더군요.

- 내가 노력해도 갈 수 있을까 말까 하지만 가고 싶은 최고의 tier 학교들

- 내 수준에서 갈 수 있을만한 학교들

- 그리고 소위 안전빵 학교들

이렇게 3개의 tier를 고루 지원하라는 겁니다. 동의합니다.

다만, 지원 및 학교 선정 기준은 석사와 박사가 다소 다릅니다.

일단 미국 석사는 펀딩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학부에서 지원을 좀 받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닌 학부에는 소위 세계 100 순위 안에 학교에 유학 갈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장학금을 좀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석사 입학해서 학교와 학과 장학금을 몇 개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다 자비로 다녔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다르니 일반화할 순 없겠습니다.)

그래서 생활비와 학비가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립, 사립을 고루 쓰는 걸 추천합니다.)

박사의 경우 TA나 RA 등으로 학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생활비, 학비 보다는 내 월급을 줄 교수님과의 ‘핏’이 중요합니다.

과마다 다르지만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교수님 랩, 연구실에 박사과정을 뽑는지가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교수님이 누구인지, 이번 학기에 박사를 뽑는지 등을 미리 조사하고 교수님에게 미리 컨택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원한 과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과 홈페이지에도 교수에게 미리 컨택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TA도 학과에 신청을 하면 배정을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학교/학과마다 다르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선배나 지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 그 분야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그 분야의 norm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에 맞게 하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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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준비과정은 어렵습니다.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큰 과제가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석사를 지원하고 석사 공부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지원하고 박사 1년 차인 지금 돌이켜보면, 꼭 필요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유학을 가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고, 학부시절을 비롯해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알차고 유익한 유학생활을 보내는데 필수인 언어/논리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그 지난한 과정도 끝이 오고 노력의 결실을 맺을 날이 옵니다.

유학의 길 위에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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