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보다 일할 때 맘이 편해요

지켜온 습관이 나를 지치게 할 때

by 춤추는호랑이
나는 왜 늘 지쳐 있을까



며칠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계신 유성호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번아웃 및 우울증에 관한 영상을 봤다. 게스트는 동 대학 정신과 김은영 교수님으로, 서울대 캠퍼스에서 학생 상담 및 진료를 하고 계시며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라는 책의 저자이다. 영상은 약 한 시간으로 유성호 교수님 채널 영상 중에는 다소 긴 편에 속하지만, 김은영 교수님이 쓰신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나의 일상과 너무 닮아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됐다.


나는 하루를 마치며 피곤하지 않으면 게으른 일상을 보낸 건 아닌가 죄책감을 느끼고, 쉬는 것보다는 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긴 연휴가 주어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한다. 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약 7년간 지켜온 나만의 데일리 루틴이 있다. 이 루틴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불편하고 숙제를 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다. 강박에 가깝다고 본다.


평일에는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두유와 시리얼, 커피 한 잔을 준비해 책상 앞에 앉는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매일 아침 화상영어를 약 한 시간씩 하고 있다.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싶지만, 수업료가 비원어민 선생님 대비 두 배에 가까워 주로 필리핀 선생님과 수업한다. 누적 수업 시간을 확인해 보니 105,500분이다.


영어 수업을 마치고 재빨리 출근 준비를 한다. 양치하고 면도하고, 샤워를 한다. 옷장에는 똑같은 티셔츠와 바지가 각각 7개씩 있다. 다행히 색상은 검정과 베이지 두 종류다. 항상 같은 옷을 입은 스티브 잡스나 저커버그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이 귀찮아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 집을 나서며 카카오 앱으로 택시를 부른다. 집과 회사의 거리는 약 2km. 출근은 택시로, 퇴근은 걸어서 집에 온다.


회사 업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은 오전 11시부터다. 나의 주 업무는 보건 및 역학 분야 데이터 분석, 문헌 검토, 논문 원고 작성,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 행정 업무다. 여러 교수님들과 다양한 주제를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마감 기한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끔은 일을 하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일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데이터 분석과 논문 쓰는 일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일 중독에 가깝다.


점심시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헬스장에 간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러닝머신에서 15~20분간 약 2.5km 정도 뛴다. 이후 숨을 고른 뒤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등 맨손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다. 헬스장에 들어가서 씻고 나오기까지 약 45분 정도 걸린다. 점심식사는 주로 샌드위치, 샐러드, 김밥으로 간단히 대체한다.


오후 4시부터 퇴근이 가능하지만 주로 한두 시간 더 일을 한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개인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저녁은 아내와 함께하므로 늦어도 오후 6시까지는 집에 간다.




나는 다소 내향적인 성격이라 회사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면 지치는 편이다. 다만 아내는 예외다. 집에 가면 수다쟁이가 되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아내에게 브리핑(?)한다. 우리는 8년간 연애했고 결혼 6년 차라서, 약 14년을 함께했다. 아내는 나의 반쪽이자 소울메이트다.


아내와 저녁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시고 나면 피곤함이 몰려온다. 이때부터는 명확한 사고가 힘들어진다. 마감이 임박했으나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서재 책상에 앉아 다시 일을 하지만, 급한 일이 없으면 간단히 내일 할 일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하루 평균 8시간은 꼭 자려고 노력한다. 다만 매일 새벽 2시에 약을 먹기 위해 잠시 일어나야 하고, 그 외에도 평균 3~4차례 잠에서 깨기 때문에 수면 질은 엉망이다. 새벽 2시에 무슨 약을 왜 먹는지는 궁금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나중에 따로 써 보려 한다.


약 7년간 지켜온 나의 데일리 루틴은 강박에 가깝다. 며칠 전 포르투갈 축구 선수 호날두의 인터뷰를 봤다.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루틴이며, 때론 힘들지만 지겹지는 않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남들이 보면 지루하고 따분해 보이는 일상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특별한 인내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때론 지치고 힘들 때도 있어 쉬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쉬는 법을 잘 몰라 걱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책 두 권,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를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나처럼 번아웃 고위험군(?)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박사과정을 할 때 김은정 교수님을 알았다면 상담이나 진료를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나와 책의 저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월요일이라 평소보다 더 피곤한 감이 없지 않지만,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첫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