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글을 쓰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글은 그 사람의 전부를 보여주는가!
문장 사이로 드러나는 온도만으로 한 사람의 깊이를 다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종종 글이 곧 쓰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믿는다.
따뜻한 글을 쓰는 이는 현실에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할 것이라 생각하고, 차갑고 날 선 문장을 쓰는 이는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글과 마음은 닮았지만, 결코 같은 모양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글은 때로 과거를 미화하고, 상처를 다듬고, 마음을 숨기고, 또 마음을 부풀린다. 진실을 충분히 외곡 시킨다.
특히 관계에 있어서는 더하다. 절대 한쪽만 상처받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쓴다는 행위는 결국 어느 정도의 연출을 필요로 한다. 작은 상처가 큰 깨달음으로 가공되기도 하고, 버티기 위해 감춘 어둠이 은은한 은유로 걸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글은 그 사람의 ‘가능한 모습들’을 보여줄 뿐, 온전히 그 자체는 아니다.
말은 또 어떠한가.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말은 순간의 감정과 온도의 영향을 깊이 받는다. 목소리가 떨려서, 혹은 기분이 가라앉아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말투가 차갑게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
반대로 속은 휑한데도 그럴싸하게 다정한 말만 골라하는 사람도 있다. 말이라는 건, 마음에 반짝이는 조명을 비추기도 하지만 때때로 그 조명은 너무 밝아서 본질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결국 행동을 믿는다.
글보다, 말보다, 조용하지만 꾸준한 행동의 힘을.
누군가의 하루를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주는 일, 작은 도움을 말없이 내어주는 일,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면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일. 이 모든 것은 ‘그 사람이 어떤 글을 쓰는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진심이다.
나 자신도 그렇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글로만 내가 완성된다고 믿지 않는다.
따뜻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내 마음이 언제나 온화하다고 말할 수 없고, 반대로 내가 깊은 슬픔 속에 있다고 해서 내 글이 반드시 어두워야 할 이유도 없다. 글은 마음을 비추는 한 조각일 뿐, 전부를 담아내는 그릇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행동으로 옮겨지는 삶을 가장 보람 있게 여긴다.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는 단 한 줄의 배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잊지 않고 건네는 작은 안부, 조금 귀찮아도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떼어내는 마음.
이런 것들이 내가 살아 있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
말이 따뜻한 사람은 듣는 이의 마음을 잠시 쉬게 해 준다.
그러나 행동까지 따뜻한 사람은 그저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
글이 나의 날개라면, 행동은 땅을 딛고 선 나의 뿌리라고.
글로 어둠을 밝히고, 말로 단절된 마음을 감싸고 끝내는 행동으로 내 존재의 진실을 새기며 살아가고 싶다고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글 쓰는 사람의 자세이고, 다정하게 말하는 사람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