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관심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가 Nov 08. 2021

작은 것들을 위한 시선

“사진”이라는 취미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주위를 탐색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2년 전쯤? 부터 인 것 같다. 사실상 얼마 되지 않은 셈이다. 사람에게 취미란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진짜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서 편히 숨 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취미를 갖게 된 후 가장 좋은 건 좀 더 주위를 자세히 살피게 된 것이다. 보통 평소 길 다닐 땐 땅만 쳐다보며 잡생각에 빠져있거나, 핸드폰에만 집중하곤 했다. 근데 어느 날 오늘은 이쪽 방향의 햇빛이 예쁘네, 이 시간에 이 장소를 담으면 아름답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드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또 뷰파인더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카메라 앞에 선 상대의 어색한 표정이나, 순간순간 찰나의 고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 성분이 모여 한 물체를 구성하듯, 사람은 단 한 가지의 무언가로 확정될 수 없고, 표정 또한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래서 딱 그 순간을 찍고 싶었는데, 상대의 표정이 바뀌어버려 '방금 진짜 좋았는데 아깝다...' 하는 순간도 많고...

   

그럼에도 사람마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고유한 표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이 그 사람의 많은 면을 설명해준다 생각한다. 그런 게 어느 정도 진실된 조각을 담는 것 같다. 본연의 자연스러움, 알맹이 같은 거. 그런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뭔가 달라서 계속 보게 된다.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피사체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능력, 자신만의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이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을 찍고 싶단 생각이 자주 든다.   


91년의 울엄마


몇 주 전 한 작은 사진집 공모전에 출품을 했다. 내 사진을 이렇게 모아 어딘가에 도전하고 이런 건 처음이었다. 패기 있게 메일을 전송해놓고, 후에 며칠간 괜히 한 짓인가 쪽팔림과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매번 질러놓고 이러는 것 같다.

출품을 위해 여태까지 내가 찍어온 사진들을 쭉 훑어봤다.




나는 그동안 뷰파인더 안에 무엇을 담고 싶었던가.



나는 뭐든 진실한 것이 좋다. 진실하다면 조금 어설프거나, 이기적이어도 나름 괜찮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고 정직한 것은 왜인지 사랑스럽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수백 장의 내 사진들을 살펴보니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의 진심이라 생각했던 순간들을 담고 싶었던 노력이 보였다. 사람 포착은 아직까지 나에겐 너무 어려워서, 주로 동식물들을 담게 되는 것 같다. 햇볕 받으며 졸고 있는 강아지,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 이들은 항상 온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나는 소소하고 무해하지만 아름다운 '작은 것'만이 어쩌면 유일한 진실이라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 별 쓸모가 없다 여기거나, 이익이 안된다고 치부하는 행동 같은 거. 문득 든 생각을 바로 옮겨 제목을 <작은 것들을 위한 시선>으로 지었다. 모 그룹의 노래제목을 따서... ^_^... 대놓고 노림

 

가령 평일 오후 한산한 세운상가에서 풍경화를 그리던 아저씨,


머리를 맞대고 앉아 가을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두 사람,


한산한 와인바에서 대낮부터 한잔하며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같은 거.


이처럼 유용성과 강제성에 지배되지 않는 피사체나 활동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쓸모없지만 즐거운 행위들은 모든 생물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또한 그것들은 수많은 유용한 행위와는 달리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해를 끼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점에서 작은(작아 보이는) 것들이 참 좋다.


글을 쓰는 지금 10월인데 이상하리만치 날이 계속 춥다. 단풍이 지기 전 얼른 예쁜 절경을 담아와야 하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진실된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