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조이 Aug 28. 2022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짧은 소고

잡생각 #1

브런치에 딱 일주일째 글을 쓰면서 드는 짧은 생각.

작가 승인받는데 며칠 걸리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나는 하루에 한편에서 두 편씩 과거에 내가 써뒀던 기록들을 바탕으로 글을 가다듬거나 새롭게 작성을 했으니, 오늘이 나에겐 딱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주일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작가 승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오늘이 4일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을 때는 사실 글쓰기에 대해 별다른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지속적으로 글을 써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에세이 위주의 글은 아니지만, 여행을 다닐 때 영화를 볼 때 조금씩 남겨둔 기록들이 있었고. 또 결정적으로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 분들은 동감하시겠지만, 그 일 자체가 계속 글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라 표현 방식이 워드냐, PT냐 정도의 차이만 있지 결국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관련 자료를 찾고, 논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글쓰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내가 너무 글쓰기를 쉽게 봤다는 생각을 일주일째인 딱 오늘 깊이 체감하고 있다.




1)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의 어려움

회사에서 하는 글쓰기는 명확하게 설득해야 하는 글을 읽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 컨설팅펌에서 일을 할 때는 당연히 클라이언트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내용과 스토리로 글을 써야 했고, 지금처럼 일반 기업에서 일을 할 때는 보통 내 직속 상사와 임원을 설득하는 글을 쓰면 되었다. 글을 읽는 사람이 매우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기에, 어느 정도 직장 생활 짬이 차고 나니 내가 아는 내 상사의 기호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을 페르소나로 생각하고 글을 쓰긴 하지만 역시 회사에서 글쓰기보다는 훨씬 다수의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게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구상할 때나 표현을 선택할 때 많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2) 글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갈구

내 글에 대한 리액션에 초탈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거나, 아니면 출판물처럼 일방향으로 한번 글을 내보내고 나면 이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환경이면 모르겠는데,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결국엔 나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과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는 행위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단지 여행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써뒀던 짧은 글들을 묵혀두기 아까워서 나만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개인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고 온라인에 올리고자 했을 때는 '내가 이렇게 여행을 잘 다니고 영화도 많이 안다'는 지적 허영심도 있었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엄청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글을 쓰고 나면 자꾸 사람들의 리액션을 기다리게 된다. 좋아요도 그렇고, 구독도 그렇고. 아직은 한 번도 달리지 않은 댓글도 자꾸 기대하게 된다. 1번 생각과 연계해 어떤 유형의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도 자꾸 고민하게 되고. 이게 아직은 내가 글을 쓰는 의욕적인 동기가 되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더 크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이후에는 이런 마음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는 게 좋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힙합 할 때도 그랬는데 나는 I형이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관종끼가 있는 것 같다.


3) 글쓰기 소재 고갈에 대한 걱정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영화 로케이션 여행'은 지난 7~8년 간 해온 여행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벌써 서랍에 넣어둔 글까지 내가 가본 영화 로케이션을 10곳 정도를 소개했는데, 아직은 남은 콘텐츠들이 좀 있지만 이후에는 새롭게 여행을 더 가지 않는 이상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대략적으로 미리 계산해보니 앞으로 짧게는 10편에서 길게는 20편 정도의 글을 쓰면 더는 소개할 콘텐츠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소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도 더 여행을 갈 테지만, 뭐 평범한 직장인이 여행 가는 속도가 글 쓰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글쓰기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이 소재가 아닌 글을 내가 써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쓰는 글들의 발행 시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의 글을 소개한다는 입장에서 매일 글을 올렸는데, 앞으로는 일주일에 2편 정도씩 소개하면서 2달 정도 글을 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어렵다 이것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이런저런 고민이나 생각들이 많아지긴 했어도, 그래도 글을 써서 올린 것은 올해 한 일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소재를 생각하며 내 지난 여행을 되새기고, 감동받았던 영화들을 다시 돌려보면서, 조용히 재택근무를 위해 만들어둔 우리 집 공간이나 동네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내가 받는 힐링이 이 모든 고민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기에. 아직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진 않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 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댓글로 소통하는것도 좋아요...헤



작가의 이전글 당신에게 호텔은 어떤 의미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