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3
오늘 기사로 9월 7일부로 일본 여행 규제가 상당히 많이 풀린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전체 일정을 가이드와 함께하는 아주 헤비한 수준의 단체 패키지여행만 가능했는데, 현재 확인되는 내용을 보면 여전히 자유 여행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예전 에어텔 패키지 정도의 자유도가 주어지는 패키지여행은 가능한 것 같다. 올해 이미 긴 휴가를 한번 다녀왔고, 연말에 북미 여행을 다시 계획 중이라 중간에 짧은 여행을 가기에 적당한 여행지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풀린다고 하니 계획을 세워볼 만한 것 같다.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함께 고를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아 몇 개의 선택지를 공유해본다.
1.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히로시마
정말 영화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여자 없는 남자들'을 바탕으로 훌륭한 각색과 연출로 영화화한 '드라이브 마이 카'. 3시간 가까이 되는 긴 영화인데 정말 몰입감 있게 보게 되고 여러 감정들을 한껏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도쿄, 히로시마, 홋카이도 등 일본의 여러 로케이션이 배경으로 활용되는데, 역시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영화의 주제 의식과 밀접하게 연관된 지역인 히로시마다. 눈 덮인 히로시마 전경이나, 평화 기념 공원, 그랜드 프릭스 호텔 등의 장소들이 로케이션으로 활용되는데 히로시마라는 도시가 참 처연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유명한 이야기로 원래 부산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으려고 했는데, 코로나 이슈로 불발되었다. 부산이 배경이었다면 아마 또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히로시마라는 도시를 한국인이 여행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매우 미묘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 영화를 보며 히로시마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레이디 마이코(2014)'의 교토
오사카를 두 번이나 여행을 갔는데 교토는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사실 조금 아껴뒀는데, 아끼다 뭐 된다고 코로나가 와서 이렇게 가기가 힘든 곳이 될 줄 몰랐다. 교토를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영화 '레이디 마이코' 때문이다. 게이샤 문화가 한국 정서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국내에서 개봉을 했던 영화는 아닌데, 일본 친구에게 우연히 추천받아 힘들게 봤었는데 되게 인상적인 영화였다. 게이샤가 되고 싶은 하루코의 도전을 그 일본 특유의 개그 감성과 잘 버무린 뮤지컬 코미디 영화인데, 특히나 교토의 지은원사에서 수십 명의 마이코 연출 장면이 엄청 기억에 남아서 꼭 가보고 싶은 영화 로케이션 중 하나로 리스트에만 올려둔 상태다.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는 카미시라이시 모네인데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 바로 그 배우다!
3.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2020)'의 도코나메
역시 일본 영화하면 만화 영화가 빠지는 것이 섭하다. 다들 잘 알겠지만 만화 영화에도 배경을 차용을 정말 잘해서 오히려 실사보다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일본 만화 영화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미 슬램덩크 투어 같은 것은 유명하니까. 일본 만화 영화를 많이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넷플릭스에서 우연하게 봤다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였다. 제목 한번 긴 이 영화는 짝사랑하는 여주인공에 다가가기 위해 고양이로 변신하는 남중생 무게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배경이 도코나메 시라는 곳이다. 나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러한 도시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도기를 굽는 도시 배경이 워낙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아 찾아보게 되었다. 일본에는 오래된 6개의 도기 산지인 일본 육고요 라는 것이 있는데 그곳 중 제일 크고 오래된 곳이 도코나메라고 한다. 그림 배경으로 활용된 도자기 길과 가마 등이 전부 실존한다고 하니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이후에 진짜 후기가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가보고 글로 보답하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