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동전을 꺼내보자, 익스트래블
팀 대표 곰님의 SNS 계정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그새 또 떠났구만!'
부러워하고 있는데 마침 곰님에게 전화가 왔다.
“태국 갔어?”
“벌써 갔다 한국 왔지. 근데 말이야. 내가 한국 와서 보니까, 태국 동전이 남았더라고. 이거 어디다 쓰지?”
“뭐,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태국 갈 때 쓰면 되지.”
“너도 여행 다녀와서 남은 동전들 있지? 다들 이거 가지고 있나?”
그럼 물론이지. 책장 서랍 한쪽에 놓인 동전상자에 각국의 동전들이 오래 전부터 숙식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꽤나 오래전이다. 그러니까 내가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게 2000년 초반이니 무려 10년을 상자 안에 머문 동전이 꽤 되는 셈이다.
곰님의 얘기를 듣고 동전 상자를 꺼냈다. 아프리카부터 일본, 홍콩, 유럽, 미국 등 각지의 동전이 뒤섞여 있다. 다음에 여행 갈 때 쓰면 되지 뭐, 하고 모아만 둔 돈인데, 매번 갈 때마다 잊었다. 심지어 최근에 영국 여행에 갔을 때, 여기서 동전을 챙겨갔는데, 주화가 새것으로 바뀌었다고 옛날 동전을 은행에서 바꿔오라고 해서, 쓰지 못한 적도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백이면 백, 잠들어 있는 외화 동전이 있단다. 물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면세점이나 호텔 등에서 잔돈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여차저차해서 귀국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화 동전이 생각보다 많다. 그렇다면 우리집, 친구집 말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외화 동전 얼마나 많을까? 환전이 안되고 방치되어 있는 외국 동전만 500억 원에 이른다.
예전에 10원이 모자라서 공중전화를 걸지 못한 기억이 난다. (네 맞습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그 시절입죠.) 그런데 요즘엔 10원짜리 구경하기는커녕, 막상 생겨도 처지 곤란이다.
keep the change. 예전에는 영어 책에서 이런 표현을 외웠었다. 그러니까, “잔돈 받지 않을게요. 넣어두세요.”라는 근사한 말인데. 어느 순간 한국에서도 이런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동전을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우니까, 잔돈을 안 받으려는, 최소한 안 만들려는 풍경들. 하긴, 요즘엔 지갑에 동전 넣는 공간도 사라지고 있으니까.
동전- 분명히 돈은 돈인데 애매하다. 동전도 자원이고, 필요한 곳이 분명히 있는데, 상상 이상으로 많은 가정 집 서랍에 얌전히 잠들어 있다. 이 자원을 밖으로 꺼내서 순환시킬 수는 없을까? 한국에서도 외화 동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책상 서랍에 잠든 돈이 깨어나 돌아다니지 않을까? 은행에서는 외화 동전을 50% 금액으로 환전해주지만, 그마저도 받지 않는 곳이 많다는데. 이 잠들어 있는 자원을 재미있게 깨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익스트래블>이 시작됐다.
<익스트래블>은 지금으로부터 보름 정도 전쯤,
여행 덕후 네 사람이 모여 ‘잠들어 있는 외화를 깨우자. 이왕이면 재미있게!’
라는 모토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물론 이 전에 2박 3일정도 설명할 수 있는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 결론만 이야기하면 그렇다.껄껄.
"잠들어 있는 동전을 순환시켜, 합리적이고 건강한 여행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게 우리의 미션"
이라고 하긴 좀 거창하지만, 원래도 여행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놀러가려고 궁리하는 네 사람이
이왕에 일하는 거, 어차피 우리가 만들거, 우리 모두 좋아하는 여행업이라면 얼마나 좋겠냐고요-
라고 한목소리로 외치며 하나하나 뼈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동전을 어떻게 깨울지, 깨워서 뭐에다 쓸지, 그리고 이 여행 덕후들은 평소에 어딜 어떻게 얼마나 저렴하게 여행 가는지 기록을 해보기로 한다. 이제 막 태동한 스타트업의 기쁨과 애환이 담긴 리얼한 이야기도 담고, 뭣보다 여행과 동전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풀 예정이다. 그래서 동전은 어떻게 모을건데...라고 2화 예고를 띄우고.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으니까 기대해주세요. 제발.
(이제 막 오픈해서 이벤트도 하고 있어요!!
좋아요만 누르고, 일본 항공권 가져가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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