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 익스트래블 지난화 이야기 -
스타트업 익스트래블의 첫 번째 미션. 외화 모으기. 지인대상 외화수거에 전격 나섰으나, 친구들은 순순히 외화를 집에서 꺼내오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우리는 두 번째 가설을 세웠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외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그런데 도대체 외화를 모아서 어떻게 하다는 건냐?는 질문에 먼저 답해보기로 한다.
익스트래블은 뭐니뭐니해도 여행을 다루는 스타트업이다. 결국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외화를 꺼내자는 목적은 고립되어 있는 자원순환을 통해 좀더 합리적인 여행 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점차 카드나 가상화폐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외화 동전 뿐 아니라 국내 동전도 보기 힘들다. 외화 동전은 여전히 외국에서는 차비나 팁을 낼 때 필요하기 때문에, 여행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소지하게 되는데, 점차 이마저도 줄어들지 않을까?
동전을 만드는데 해당 동전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건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 평균적으로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30~40원이 들고, 100원, 500원짜리는 그 무게만큼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동전 제조 단가는 해마다 늘고 있고 2015년도에는 무려 30퍼센트 이상 오르기도 했다.
동전 제조와 환수율에 관해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2007년 동전 제조비가 600억원, 2008년에는 900억원으로 훌쩍 뛰었는데, 당시 외환위기로 동전 모으기 열풍이 일었다. 동전환수율 최고치를 찍었던 2008년 이후 2009년 동전 제조비가 387억원으로 급감했다! 물론 그 다음해엔 다시 690억원을 찍었지만.
우리나라 동전을 근거로 동전 제조비가 액면가에 3~4배라고 친다면, 외화 동전 역시 엄청난 주조비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행사 통계에 따르면 보통 1인당 20만원 정도의 외화를 집안에 보유하고 있고, 해외여행객이 1370만명이라고 대입해보면, 우리나라에 잠들어 있는 외화가 총 2조억 가까이 된다고 추산할 수 있다. 잠들어 있으니 어디선가 또 제조할 텐데, 결국 2조억 이상의 낭비와 손실이 무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더 일찍 이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 등에서는 현금 사용을 줄이고 앱카드 등 전자금융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동전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도, 나비효과처럼 전세계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랄까.(두둥) 익스트래블은 잠자는 동전을 깨워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동전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까닭은 "활용도가 적고 무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화동전을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가볍게 바꿔주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외화동전을 가볍게 포인트로 바꾸어주고, 외화동전을 활용해서 물건을 사거나 게임을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물론 체감되지 않는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이는 데에만 관심있는 게 아니다. 익스트래블은 여행자들에게 합리적인 여행 문화를 제시하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요. 여러분)
국내 여행자들이 가지고 있는 외화 동전은 쉽게 환전되지 않는다. 환전이 된다 해도, 50퍼센트 환율을 적용받아 환전이 된다. (1000원짜리 외화동전은 한화 500원으로 환전된다.) 은행은 그렇게 50퍼센트로 거둬들여, 70퍼센트 환율로 본국에 보낸다. 여기서 운송료가 동전 가격보다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은행에서 동전 환율서비스를 받기 쉽지가 않다.
여행가기 전 은행에서 외국 지폐가 아니라, 외국 동전으로 환전하면, (지금은 은행에서 동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어렵지만, 만약 동전을 환전할 수 있다면) 기존 환율보다 저렴하게 환전해갈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지폐 대신 동전을 들고 해외여행을 떠나면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다.
아니, 누가 무거운 동전을 들고 가냐고? 하지만 그 무게보다 해외여행이 절실한 친구들에게는 필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지금, 그렇게 동전을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지. 그것은 왜냐, 아직 익스트래블이 오프라인 매장을 물색중이기 때문이져. 쿨럭.
남은 동전을 기부할 수도 있고,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와 서랍에 넣어둔다. 동전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익스트래블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좀더 다양하게 넓히려는 것이다. 이왕이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으로!
외국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에게,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외국 동전이 활용될 수 있다. 외국 동전은 어쨌든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동전을 모으면 필요한 곳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스트래블은 그 다양한 일을 해보고자 한다. 자원도 아끼고, 더 합리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방법도 생기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