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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11. 2024

꾸물거림, 느림의 미학으로 삶을 바꾸다





한국 책쓰기 코칭 협회에서 주관하는 도함사필 3기 1일차입니다.

한 달에 두 권 '도란도란 함께 읽고 사각사각 필사하기(도함사필)'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첫 번째 책으로 『결단』을 선정해 책을 읽고 필사하고 있습니다. 필사한 후 짧은 내 생각도 곁들여서 쓰고요.





1. 멈춤의 지혜, 바쁨보다 중요한 것들


우리는 늘 바쁜 일상 속에서 "지금 당장"을 외치는 세상의 요구에 쫓깁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봅시다. "이 모든 바쁨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가?" 바쁨은 성취와 생산성을 상징하지만, 지나친 바쁨은 종종 진정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만듭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그리고 창의력을 키우는 여백 같은 것들이죠.


꾸물거림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멈춤을 통해 삶의 방향을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산책이나 달리기로 느림의 여백을 가집니다. 그는 이를 통해 생각을 비우고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창의성을 키워갑니다. 꾸물거림은 바쁨 속에서도 스스로를 재정비할 기회를 주며, '진정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2. 천천히 더 멀리, 과거에서 배운 생존 전략



선사시대의 꾸물거림은 복잡한 계획 수립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생존으로 이어졌다. 오늘날에는 더 중요하고, 더 복잡한 일보다 중요하지 않은 쉬운 일을 중시하고, 산만하고 당황하는 상태로 과제나 목표를 완수하는 건 실패로 간주한다.


 -중략


 “우유부단과 꾸물거림은 생존을 보장하고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고통과 두려움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지금은 낡았더라도) 숨겨진 심오한 명분과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결단』, p.29






선사시대의 인간은 즉각적인 행동보다 숙고와 준비로 생존했습니다. 사냥을 앞두고 환경을 분석하고, 포식자의 움직임을 기다리며 전략을 세웠습니다. 꾸물거림은 이때부터 인간의 생존 도구였습니다.


현대의 뇌과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두 가지 시스템으로 나눴습니다.






              시스템 1: 빠르고 직관적이며,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고방식.


시스템 2: 느리고 논리적이며, 깊이 고민하여 결정을 내리는 사고방식.


카너먼은 빠른 결정이 필요한 순간(예: 위험을 감지하고 즉각 행동해야 할 때)에는 시스템 1이 유리하지만, 더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에서는 시스템 2의 숙고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종종 이메일에 빠르게 답하거나 쇼핑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는 시스템 1을 사용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선택—결혼, 직업 전환, 집 구입 등—에서는 꾸물거리며 시스템 2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카너먼은 "느린 사고가 인간을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라고 강조하며, 꾸물거림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3. 현대인의 새로운 무기: 느리게 가는 용기


오늘날, 느리게 가는 것은 약점처럼 여겨지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리의 진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존재와 시간』에서 현대인이 끊임없는 '바쁨' 속에서 자신의 존재 본질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존재의 여유(Gelassenheit)'를 강조했습니다. 바쁘게 사는 대신 스스로 멈춰 서서 삶의 본질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존재를 생각하는 존재여야 한다"라고 말하며, 모든 것이 시간에 쫓기는 현대 사회에서 느리게 가는 것이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길임을 역설했습니다. 


하루 중 단 30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존재 그 자체를 느끼는 시간을 갖는 것은 하이데거 철학의 실천적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철학적 관점은 우리가 꾸물거림을 단순한 '게으름'으로 보지 않고, 나를 되돌아보는 '삶의 예술'로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4. 창의성의 문을 여는 열쇠, 꾸물거림


천재들은 꾸물거림 속에서 창의성을 발견했습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꾸물거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매일 오후 정해진 산책 시간을 가지며, 자연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을 미루며 자연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윈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일부러 시간을 두고 고민했습니다. 『종의 기원』을 출판하기 전에도 그는 20년 동안 연구와 관찰을 반복하며 "이론이 충분히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렸다"라고 전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진화론이라는 위대한 과학적 이론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
n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one most responsive to change."


강한 종도, 가장 지적인 종도 살아남지 못한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다윈의 이 말은 꾸물거림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꾸물거림은 행동을 지연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는 과정입니다. 급하게 결정을 내리기보다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세울 때, 우리는 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습니다. 꾸물거림은 단순한 정체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력을 키우는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결국, 느린 움직임 속에서 진짜로 중요한 변화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5. 꾸물거림의 미학을 일상에 적용하기


꾸물거림은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거나 고통스러운 선택을 미루는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꾸물거림을 일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아래와 같은 실천 방법을 고려해 보세요.


1)  '하루 10분 멈춤' 실천하기


우리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 컴퓨터, 업무에 시달리며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갑니다.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꺼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 시간 동안 자신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가치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지?            

              지금 내가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작은 멈춤이 쌓이면 복잡한 삶 속에서도 내면의 평온을 찾는 습관이 됩니다.




 2)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써보기


빠른 결정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큰 결정을 내릴 때는 일단 결정을 미루고, 장점과 단점을 종이에 적어보세요. 새로운 직장을 선택하거나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고 감정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실천 팁: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최소 하루 이상 고민해 보세요. '충동적인 선택' 이 아니라 '심사숙고한 결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창의적 꾸물거림 연습하기


창의력은 느림 속에서 피어납니다. 찰스 다윈은 매일 산책을 하며 꾸물거림 속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산책은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실천 팁: 주말 아침, 동네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걷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거나 음성 녹음으로 기록해두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4)  '꾸물거림 타임' 만들기

하루 중 30분을 정해 '꾸물거림 타임'으로 활용해 보세요. 이 시간 동안은 아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 여유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5)  자연 속에서 멈추기

자연은 꾸물거림을 실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단순히 여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 방법입니다.


실천 팁: 가까운 공원에서 주말 피크닉을 계획하거나, 도심에서 벗어난 숲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세요. 자연은 마음을 비우고 재충전하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6. 일상 속 작은 꾸물거림 찾기


꾸물거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식사 중 천천히 음미하기: 바쁜 일상에서 식사를 허겁지겁 끝내기보다,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식사 시간을 즐겨보세요.

멍 때리기 연습:  멍하게 창문을 바라보며 자유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시간도 꾸물거림의 일종입니다.




꾸물거림은 삶의 재발견이다


꾸물거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하루 중 잠시라도 멈추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다윈처럼, 

하루키처럼, 

여러분의 일상에도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여백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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