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전쟁에서 히든카드는 '뉴스?'
허프포스트 코리아 시니어 비디오 에디터입니다. 닷페이스 프로듀서로 뉴미디어 생태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한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 19, 총선 180석의 시대로 들어서며 세상이 엄청나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 오프라인 사업자인 위워크, 에이버앤비가 위기에 몰렸고 미국이 최대 실업자 수치를 기록하고 있을 때 아마존은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카카오가 첫 공채를 시작했다. 채용 규모가 역대급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나라 정치 지형도도 요동치고 있다. 180석 여당이 탄생하며 정치 생태계도 요동치고 있다. 엄청난 변화의 해일이 몰려올 것.
그럼 뉴미디어 지형도는 어떻게 요동치고 있을까? 20대 초반에 뉴미디어 생태계에 발을 들였을 때가 2016년이었다. 페이스북이 업계 최강자로 어떤 언론사도 유튜브에 주목할 때가 아니었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콘텐츠를 밀어주며 닷페이스가 주목받았다. 해외로는 Nowthis, Mic 등이 업계에 각광을 받던 시기. 1분이 넘지 않는 동영상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 스브스뉴스는 카드 뉴스를 생산하고 있었고, 허프포스트(당시 허핑턴포스트)는 큐레이팅 된 뉴스를 미친 듯이 생산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업계가 4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모두 유튜브 퍼스트를 외치는 시대로 들어선 것. 운이 좋게도 유튜브에 동시 업로드를 하던 닷페이스는 순조롭게 유튜브 시대에 안착했다. 스브스도 유튜브 시대에 발맞춰 내부 조직 변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문명특급>의 재재가 그때는 카드 뉴스를 만드는 에디터였다) 이 4년 사이 어떤 변화들이 있던 것일까.
1. 폴인(foil:in)과 듣.똑.라(들으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by 중앙일보
업계 전문가들의 팁을 텍스트로 정리해 내놓는 퍼블리와 비슷한 플랫폼인 폴인. 퍼블리와 마찬가지로 구독 모델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삼고 있다. 업계 후발주자지만 공격적인 홍보와 탄탄한 모기업으로 빨리 자리 잡았다. 깔끔한 디자인과 '스타트업', '비즈니스'라는 키워드로 브랜드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꽤나 놀라웠던 건, 폴인팀은 중앙일보 건물을 사용하지 않고 로컬스티치(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 독립된 조직체를 운영하게 승인해준 중앙일보 경영진의 결정에 박수를.
사실 미디어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직관적이고 독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되어야 한다. 신문사는 지면 광고, 컨퍼런스 등을 통해 매출을 견인한다. 방송 콘텐츠도 중간 광고, PPL, 콘텐츠 해외 수출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데 이게 문제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광고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은 온라인 구독 모델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고 있으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이마저도 어려운데, 신문은 '무료'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 이 상황에서 중앙일보가 비즈모델을 다각화하고 신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게 아닐까.
듣.똑.라도 위와 비슷한 맥을 같이하고 있다. 듣.똑.라는 중앙일보 사내벤처로 투자받은 조직이다. 팟캐스트로 시작해 유튜브, 뉴스레터 서비스로 확장했다. 중앙일보 기자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2019년 회사 투자를 받으며 인력이 늘었다. 여성 기자들을 주축으로 운영하며 주 독자 타깃도 2030 여성들로 보인다. 확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듣.똑.라 팬덤을 중심으로 토크콘서트, 도서 발매, 굿즈 판매 등이 가능하고 유튜브를 통해 브랜디드 콘텐츠도 소화 가능.
2. 주목할 만한 시선 <EO>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EO>는 대표 김태용의 이름인 <태용>이 채널의 시작이었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을 찾아가 인터뷰한 <리얼밸리> 시리즈의 성공을 시작으로 점차 스타트업 미디어로 성장했다. 특히 <리얼밸리>에서는 맨땅에 헤딩을 시연해 픽사, 우버, 테슬라 관련 인물들을 섭외했다. 이후 미디어로 확장하며 지금은 연플리, 왓챠 등의 굵직한 스타트업 전문가를 섭외하고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에서 미디어로 확장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 유튜브 트렌드 중 하나가 전문 분야 크리에이터인데 이를 미디어적 영역으로 끌어올린 경우. '태용'이라는 구심점도 팀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느껴진다. 비즈니스 모델은 관공서 광고, 최근에는 리디셀렉트 광고 콘텐츠를 내보냈다. 현재 대표 김태용이 DJ로 스타트업 정보를 나누는 보이는 라디오 형식의 채널 <EO Station>도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세컨드 채널.
3. 오디오 채널의 부각 <뉴스공장>, <매불쇼>, <MBC 라디오>
유튜브 프리미엄의 영향 탓일까? 오디오 채널의 약진이 눈에 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광고를 스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상을 틀고 음성만 들으며 다른 어플이나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다들 이렇게 사용한다. 보이는 라디오가 이미 독자들에게 친숙한 포맷이다 보니 접근성도 쉽고 제작 기간도 짧다. 코너에 맞춰 클립을 잘라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루 녹화하며 5개 이상의 콘텐츠로 나오는 셈. 이제 이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유튜브 형태의 콘텐츠에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입힐지다.
뉴스공장은 평균 유튜브 조회수 15만 회를 상회하고 뉴스공장이 방영되는 교통방송 채널 구독자는 83만 명. 매불쇼의 경우 구독자 27만에 평균 조회수가 10만 회를 훌쩍 넘는다. 충분히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the daily>라는 팟캐스트 운영하며 이를 확장해 <the weekly>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제작 중에 있다. 아래 영상은 <왜 팟캐스트가 중요한가?>에 대한 영상. 국내의 경우 오디오 형태의 탐사보도 시리즈 제작이 가능하고 이를 후원 모델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4. OTT 전쟁이 현실로 다가올까?
CJ ENM과 JTBC가 OTT 서비스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는 넷플릭스와 왓챠라는 양대산맥이 존재하고 그 뒤로 웨이브가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디즈니+가 있고 HBO의 OTT 플랫폼도 곧 출격한다. 최근 10분짜리 넷플릭스라 불리는 퀴비가 론칭했지만 미국에서 폭망 할 거란 전망이 여럿 전해지고 있다. 저품질의 콘텐츠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사실 CJ와 JTBC가 OTT 플랫폼을 만들 거라는 사실은 놀라울 일은 아니지만 두 기업이 함께 합작으로 법인을 설립한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JTBC는 최근 부부의 세계를 내놓으며 왓챠에 입점시켰고, 왓썹맨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넷플릭스에 입점시켰다. CJ의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하는 드라마들의 퀄리티는 단연 우리나라 최고다. 결국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로서는 플랫폼을 만드는 쪽을 생각할 수밖에. 플랫폼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꽤 많은 독자들을 보유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사전 제작일 수밖에 없는 OTT에서 중간광고, PPL 없이 제작 예산을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테다.
왓챠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웨이브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국내 OTT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것인데 과연 이게 현실로 다가올까?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피 튀기는 전쟁이 시작되어 자본이 풀리길 바랄 뿐. 예언을 하나 하자면 이렇게 전쟁이 본격화되어가고 있을 때 '뉴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 여러 OTT가 생겨났을 때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저널리즘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변화를 꽤 한 '뉴스'가 승자가 될 것이다. (아래는 미국 바이스 미디어에서 제작하고 있는 '바이스 뉴스'. HBO와 함께 만들고 있다)
기자들이여, 피디들이여, 뉴스여 기죽지 말고 정신을 차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