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 백화점 6층에는 블루독 매장이 있다
대전에는 두 곳의 백화점이 있다. 하나는 롯데 백화점 또 다른 하나는 갤러리아 백화점. 두 백화점의 차이는 이름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는데 에스컬레이터의 배치와 명품관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대전에서 유일하게 명품관을 자리해 둔 백화점으로 1층에 프라다, 버버리, 디올 등의 명품관이 배치되어 있고 에스컬레이터도 올라가는 곳과 내려가는 곳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돌아갈 필요가 없다. 반대로 롯데 백화점은 작은 크기 탓인지 올라갔다 내려가려면 돌아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우리 가족도 한 때는 롯데 백화점을 애용했던 적이 있다. 그게 어느 순간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바뀌었는데 그걸 통해 가계소득이 올라갔다는 짐작을 해 볼 수 있었다. 모든 백화점 6층 정도에는 아동복 코너가 있다. 보통 1층은 명품과 화장품, 2층과 3층은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가 4층은 여성복, 5층은 남성복 그리고 그 위로는 캐주얼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아동복이 배치되어 있다.
아빠가 출근을 한 느지막한 오후가 되면 엄마와 나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종착지는 6층 아동복 코너. 나의 어렸을 적 옷들은 블루독과 알로봇이 책임졌고 신발은 금강 렌즈로바였다. 초등학교 신발장은 전부 탑블레이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반짝이고 화려한 운동화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려한 운동화들 속에서 돋보이는 건 화려하지 않은 금강 렌즈로바였다.
엄마 탓에 어렸을 적 주목을 받고 자라왔던 것 같다. 인사성 바른 아이라고 표창장도 받았었는데, 화려한 옷을 입은 탓이 크다. 다른 아이들보다 튀었으니 말이다. 엄마는 내가 어디 여행을 갈라치면 일회용 비닐봉지에 그날 입을 코디를 정해 상의부터 바지까지 한 세트로 챙겨 주었다. 돌이켜 보면 엄마의 열성 같은 스타일링은 지금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의 뿌리가 된 것. 그 탓에 지금 내 월급 통장은 허덕이지만, 허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김한강의 허영] 스물한 번째 글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imyoill 입니다. 타 매체 기고 문의는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hanriverb@gmail.com으로 섭외 메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