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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Apr 29. 2020

[뉴미디어냥]  블랭크? 허지웅? 고간지? 비즈니스!

블랭크,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신문사와 인터넷 언론사에 부쳐)

허프포스트 코리아 시니어 비디오 에디터입니다. 닷페이스 프로듀서로 뉴미디어 생태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업계에 계신 분들은 많이 들어본 회사일 테다. 블랭크. 페이스북 과장광고로 한참 떠들썩했던 곳이 요즘에는 차세대 유니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그곳. 남대광씨의 공격적인 인터뷰로 기업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업계에서 그 주목도 매우 크다. 최근에는 큰 폭의 적자를 냈다는 기사가 돌았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별일 아니라는 듯 맞받아치는 기사가 발행됐으니. 마치 핑퐁게임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더랬다.



블랭크는 정말 단순한 방정식을 따르고 있는데, 페이스북이 플랫폼의 강자로 우뚝 서있을 때, 동영상 광고를 마구 뿌렸다. 한 번쯤 페북에서 봤을 법한 광고. 세탁기 클리너 광고다. 본인들이 제작한 세탁기 클리너 (사실 제작했다고 하기 민망한 것이 그 성분이 거의 다 비슷하다)로 청소한 세탁기가 얼마나 깨끗해지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준 것.


가격을 한 번 볼까? 블랭크 세탁조는 150g에 2만 원 (할인 가격 9,900), 타사 미라클 세작조는 100g에 3천 원이다. 사실 마케팅, 브랜딩 비용 등을 따졌을 때 단순 가격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블랭크의 마케팅 능력이 탁월한 것은 분명하다. 블랭크 이전까지만 해도 세탁기가 '이렇게나' 더럽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으니. 사실상 영업능력 최강자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방식으로 대박을 친 또 다른 제품이 '마약배게'와 '퓨어썸 샤워기'(물이 정수되는 샤워기)다. 계란이 터지지 않는 배게라며 이걸 영상으로 찍어 바이럴 했고, 퓨업썸 샤워기는 세탁조와 비슷하게 실험한 영상을 바이럴 했다. 두 제품다 '대박'. 이외에도 18개의 브랜드에서 화장품, 속옷, 다이어트 식품, 의자 등을 팔고 있다. 거의 만물상회다.



사실 돈을 벌려면 실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해야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일 텐데, 그걸 홍보하는 비용과 전략이 정말 만만치 않다. 미디어(신문사, 방송국)는 바로 그 광고에 지탱해 성장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바로 그 '미디어'라는 걸 블랭크가 시작했다. 블랭크도 알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페북 광고로는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페이스북 이용자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대중들도 더 이상 실험형 광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랭크의 선택은 유튜브에 프로그램을 론칭.


정말 단순한 사고지만 그 행보는 신박하다. 결국 기존의 문법을 전부 따르고는 있지만 하나 다른 것은 그걸 '직접', '한 회사'에서 하고 있다는 것. 마치 한국 재벌형 스타트업이라고 할까?


그렇게 방영된 프로그램이 <고등학생 간지대회 시즌 1, 2>, <허지웅답기>, <구인구집> 등이 있다. 사실 왠지 <허지웅답기> 첫 편에서 나는 알고 있었다. 뒤에 누군가가 있을 거란 걸. 근데 그게 블랭크일줄이야....




<고등학생 간지대회>에서는 블랭크의 블랙몬스터 눈썹 마스카라가 PPL로 나오고, <허지웅답기>에는 마약배게가 PPL로 등장한다. 정말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해서 실제 제품이 팔릴지는 의문이다. 블랭크의 적자규모를 체크해보면 '인건비'와 '신사업'의 규모 때문인데, <고간지>의 세트 규모와 인력 규모만 보더라도 이 부분이 이해된다. 심지어 김희철이 MC, 한혜연이 심사위원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길이도 무려 30분이 넘는다.


제품이 '제작비와 인건비 대비' 많이 팔려나갈지는 의문이다. 내년 성과지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듯한데 해외 판매까지도 이루어지는 블랭크 입장에서야 미디어적 역량을 키워두면 손해 보진 않을 테다. 사실 페북 광고로 성공한 블랭크 입장에서는 이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광고, 미디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쪽일 테니까.


시장 구조는 단순하다. 결국에는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되는 것을 '홍보'하느냐가 관건이 된 시대. 더 나아가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분명 몇 년 안에 블랭크의 제품 중 몇 개는 살아남고, 몇 개는 사라질 것이다. 과거 삼성은 설탕회사였고, 엘지는 치약회사였다. 그게 삼대를 거쳐 지금의 삼성전자, LG전자를 만든 것. 블랭크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블랭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기업의 성패를 장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는 JTBC 스튜디오 룰룰랄랄 광고 단가표다. 특별하게 구한 건 아니고 전부 사이트에 오픈된 내용이다. 위 두 프로그램은 JTBC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로그램에 광고 단가인 것. 그리고 아래는 반대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의 실험 중인 콘텐츠에 한한 광고 단가표다. 두 배 정도 규모 차이가 난다.



사실 뉴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영방송의 경우 '공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뉴스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는 것이다. 그럼 다른 곳들은? 과거 페이스북 붐으로 신생 언론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 생태계가 끝난지는 오래다. 신문사, 인터넷 언론사들이 살고자 한다면 블랭크가 진화하는 방식을 살펴보길 권장한다.


PS. 중앙일보의 진화 방식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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