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ver Sep 15. 2020

[뉴미디어냥] 플랫폼이 사고파는 것은 인간 그 자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세상은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하지만 호구 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이해력을 기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거늘. 요즘 내가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주식이다. 세상이 온통 주식 이야기뿐이다. 지금 당장 주식을 시작해야 하느니.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느니. 이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카카오 주식이 2배 오른 어느 지인의 이야기. 최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이 한동안 인터넷 검색창 장식했으니 하루빨리 주식을 배워야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주식에 막 입문해 책도 읽고 유튜브 영상도 살펴보니 모두같이 하는 소리는 '시장의 전망', '기업의 안정성', '뉴스를 잘 읽어야'와 같은 조언들이었다. '맞아! 주식은 동업이나 같은 것이니 꼼꼼히 따져봐야지'도 잠시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생겼다. 


국내 시총 4위의 '네이버'. 국내 시총 10위의 '카카오'



그런데 말이다. 자동차, 핸드폰, 노트북, 아파트, 명품을 파는 것도 아닌 네이버, 카카오가 어떻게 시총 10위에 들까. 아니? 자본주의에서는 마진이 많이 남는 물건을 팔거나, 혹은 독점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녔단 말이야? 내 눈에 IT 기업은 그저 무형의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중간 마진을 때거나 광고를 집행하는 수준인데 4위권과 10위권 안에 든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이런 물음을 단박에 풀어주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소셜 딜레마>. 이 다큐멘터리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무엇을 사고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이 사고파는 것은 바로 '인간' 그 자체라는 것. 이들이 기업에게 파는 것은 바로 인간의 '체류시간'이다.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이들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에 몸 담았던 이들이다. 인스타그램 초창기 멤버, 전 핀터레스트 회장, 전 구글 디자이너, 전 페이스북 관계자 등 업계 생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이 증언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향한 경고. 이들이 경고하는 것은 자본 중심적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중독적 : 악의적' 알고리즘이다. 그들이 증언하길 현 플랫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사업자들은 인간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목표'만을 가지고 있는 알고리즘을 비판한다. 마치 '000을 죽여라'라고 입력된 터미네이터를 상상해 보면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트위터는 아랍의 봄을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잃어버린 부모를 찾게 했고, 유튜브는 박막례 할머니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영상으로 이 세상으로부터 잠시 도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우린 이 이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컨트롤이 불가능한 상태에 왔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AI는 절대 합리적이거나 교육적이거나 선하지 않다. 더군다나 중립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목적인 AI는 우리에게 '가짜뉴스'를 선물하기도 하며, '좋아요'의 숫자로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기도 한다. 


실제 지금 사회는 역사적으로 가장 극단적으로 집단이 나눠져 있으며, '스마트폰 공급'을 기점으로 청소년 자살률은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이 공짜로 나눠주고 있는 데이터를 AI가 공급받고 있으며, 당신이 창출하는 노동력은 그들의 자본을 증대시키는데 쓰인다. 그리고 당신의 체류시간은 돈으로 환산되어 그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 맞다. '댓글', '실시간 검색어'들은 모두 당신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수단일 수 있으며, 악플러와 악플의 탄생에는 플랫폼 사업자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을 보자. 바로 그 시총 4위의 네이버. 시총 10위의 카카오. 네이버는 최근 'NOW'라는 오디오쇼를 내놨다. 박나래, 하성운, 10센티 등 굵직한 라인업의 DJ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걸 들으려면 무조건 네이버 앱에 접속해야 한다. 데이터도 무료다. 네이버의 목적은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카카오도 최근 카카오톡에서만 볼 수 있는 '카카오TV'를 내놨다. 체류시간 탓이다. 그래서 문제가 무엇이냐고? <소셜 딜레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국 그들을 인간을 상품으로 기업에게 판매하는 것. 고객은 기업인 것이다. 맞다. 언론사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그것의 반복.


결국 다큐가 말하는 이것이 아닐까. 이들의 교묘한 수법을 알아채고 제어하자.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힘을 키운다면 인류의 위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전 핀터레스트 회장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 물었다. 그는 근시일 내에 내전이 일어날 것 같다.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답했다. 

작가의 이전글 카카오tv가 바꿀 세상을 기대하게 돼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