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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Jul 01. 2023

살인자가 예상못한 변수

정유정 사건을 보면서

정유정은 살인을 하기 전 많은 걸 계획했지만 한 가지 변수를 고려하지 못해서 잡혔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택시 기사의 친절 아니었을까. 택시기사는 그녀를 위해 무거운 트렁크를 들어주는 호의를 베풀었고, 거기서 피를 발견해서 신고할 수 있었다. 트렁크를 그렇게 용의주도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그녀 딴에는 치밀했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 본 적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것일 뿐. 그러니 계획을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다정한 배려는 예상 밖 상황이었을 것이다. 택시 기사 덕분에 살인자는 금방 잡혔다. 문득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가 감옥에 들어가면서 자기는 이렇게 잡혔지만 또 다른 우리들이 나타날 거라고,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거라며 경찰 황용식을 앞에 두고 이죽거린다. 그러자 용식은 받아친다.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리가 쪽수가 더 많아. 쪽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 같으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너희들을 계속 잡아넣을 거라고. 정확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의 대사였다. 그의 말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반전하는 쾌감이 있었다. 그래, 우리는 계속 싸울거야. 친절과 다정함이라는 우리의 무기가 그들이 보기엔 꽃처럼 약해보일지라도, 그 무기는 예상치 못한 치부를 찌를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신고한 택시 기사분이 이번 사건으로 충격에 빠져 일을 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이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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