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거인상이 많다. 로마에서 나폴리로 가는 중간 쯤에 스페르롱가(Sperlonga)라는 해안도시가 있는데, 로마제국의 2대 황제였던 티베리우스(재임: CE 14-37년)의 별장이 있던 곳이고, 지금도 그 별장의 흔적이 남아 있다. 티베리우스 황제의 별장은 해안가의 티베리우스 석굴(Glotto of Tiberius) 주변에 넓게 자리잡았는데, 이 해안석굴은 황제의 식당(트리클리니움.Triclinium)으로 사용되었다. 석굴 내부는 원형으로 꾸며졌고 이곳에는 그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 일행이 폴리페모스(외눈박이 거인)의 눈을 커다란 창으로 찌르는 장면을 묘사한 석상군이 있었다고 한다. 티베리우스 황제 시절인 CE 27년에 자연 석굴이 무너지는 통에 헬레니즘 스타일의 폴리페모스 + 오디세우스 일행의 석상은 산산이 부서지면서 돌무더기에 파묻혀 있다가 1957년에 발굴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해안 석굴의 바로 위 언덕에는 폴리페모스 거인이 앉았을 법한 파란색 거인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이 재미삼아 이곳에 올라 사진을 찍곤 한다.
<그림 1> 이탈리아의 스페르롱가 해안도시는 고대 로마 때부터 유명한 휴양지였다. 지금도 로마제국의 티베리우스 황제의 별장 유적이 남아있다. 해안 석굴의 언덕에는 거인 벤치가 있다
로마시대의 거대 석상이나 거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풍광이 좋은 이탈리아의 명승지에는 유독 거인 벤치가 설치된 곳이 많다. 거인 벤치 (Big bench)를 이탈리아어로 판치나 기간테(Panchina Gigante)라 부른다.
판치나(Panchina) = 벤치 (Bench)
기간테(Gigante) = 거인, 큰 (Big)
<그림 2> 거인 벤치(Panchina Gigante)가 설치된 이탈리아의 명승지: (시계 방향으로) 펠보 산, 마조레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카르자 산, 폰테노의 이세오 호수
재미있게도, 돌로미티의 알페 디 시우시(대초원)에도 거인 벤치인 판치나 기간테가 설치되어 있다. 그 위치를 아래 지도에 빨간색 별표로 표시해 두었다. 몬트 시우시에서 콤파취를 향해 둔덕길을 걷다보면 ICARO 호텔 입구에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지도에서 번호 1~4는 필자가 횡단한 초원길이다. 6월말-7월초에 야생화가 만발한 꽃길을 걸을 때 느낌은 정말 황홀했다. 초원길의 십자(+) 교차로에서 살트리아 마을로 내려가면, 사쏘룽고(사쏘피아토) 산으로 올라가는 리프트를 탈 수 있다. 리프트 탑승장의 이름은 Seggiovia Florian이다.)
<그림 3> 알페 디 시우시(대초원)에도, 사쏘룽고나 실리아르 산군와 같은 거대 바위산이 있어서 그런지, 거인 벤치 (판치나 기간테)가 설치되어 있다.
<그림 4> 거인 벤치(판치나 기간테)는 이카로 호텔 입구에 세워져 있다.
혹시 대초원을 걷다가 낭만을 느끼고 싶으면 이곳을 방문해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
<그림 5> 알페 디 시우시의 거인 벤치(판치나 기간테). 저 뒤쪽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은 실리아르 산군으로, 끝자락이 뾰족한 산 아래가 알페 디 시우시 트레일의 종착지이다.
알페 디 시우시의 풍광은 호쾌하다. 푸른 대초원 주변을 사쏘룽고 산군, 실리아르 산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데, 푸프라취(불라치아) 리프트를 타고 높다란 언덕 위로 올라가면, 여기에도 거인 마법사가 타고 다녔음직한 거대 빗자루가 설치되어 있다.
<그림 6> 콤파취(Compatch) 마을 근처에 있는 푸프라취 리프트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 이처럼 (하늘을 나는) 거인 빗자루가 관광객을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