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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하이커 Apr 13. 2024

그래서 우리는 우등 외국인 대우가 만족스러운가

지난겨울엔 몇 번에 걸쳐 지역에서 열린 독일 극우 정당인 AfD(Alternative für Deuschland)에 대한 항의 시위에 참가했다. 내가 사는 곳이 베를린 주변의 조그만 위성 도시라서 눈에 띄는 외국인의 모습을 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때문에 혹시 지역 신문에 사진이라도 실려 극우 성향 시민들의 눈에 들어가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많은 취재진이 왔었지만 기자들도 그러한 우려에서였는지 "AfD 항의 시위에 나선 외국인의 모습"이란 자극적인 기사를 낼 수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내 사진을 찍진 않았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러하다. AfD는 유럽의 우경화 바람을 타고 급격히 지지를 얻고 있는 독일의 극우 정당이다. 난민 유입과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걔 중에는 다수의 네오나치 주의자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겨울 AfD의 주요 정치인들인 실제 네오나치 주의자들과 독일 내 이민자들과 그들의 후손에 대한 강제 추방을 결의하는 모임을 가진 것이 발각되었다. NPD같이 나치의 가치관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던 기존의 네오나치 정당과 달리 AfD는 그럴듯한 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있어 평소 적극적인 정보 습득을 하지 않는 시민 그룹 사이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와중에 사안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AfD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규탄하는 시위가 거의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주요 서양 국가 어디서나 우등 외국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 이민자들은 그 성향이 조용하고, 공손하며 언제나 사회의 상위 계급에 속할 수 있는 직업 군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교육을 받기 때문에 범죄율이 높지도 않고 눈에 많이 띄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시민들의 경우에도 공산권 시절에 이민을 온 베트남인 들에게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인들을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잘 지내는" 우등 외국인으로 여기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틈만 나면 이민자들에 대해 핏대를 세우며 비판하는 어느 독일 할아버지에게 "너희는 괜찮아"라는 의문의 면죄부까지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만족스러운가? 타국에서 살며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들"이란 면죄부를 받고 살아서 자랑스러운가? 시리아 난민 문제가 한창이었을 때, 어느 곳보다 난민의 유입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곳이 한인들이 모인 커뮤니티 웹사이트였다.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 국경을 넘어오면 할복이라도 할 듯 사활을 걸고 키보드를 두드려 대던 '우등 외국인'들의 모습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우등 외국인'의 지위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 '우등 외국인'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린 얼마나 더 조용히, 공손하게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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