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난 일기를 전체적으로 쭉 읽어 보았습니다. 그간 써 왔던 일기는 그 양도 제법 되어서, 단행본으로 치면 400페이지 남짓 될 정도 분량이었습니다. 덕분에 전부 읽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일기를 다시 읽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기도 했지만, 사실 썩 즐거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대개 아는 내용이어서 지루한 부분이 많았고, 불편한(민망한) 내용들이 자주 튀어나왔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꾹 참고 끝까지 읽었습니다. 덕분에 드라마틱한 기분 변화를 전반적으로 복기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다음은 일반적인 조울증 및 우울증의 기분 변동 그래프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yonseihuepsy/222843646402
위로부터 양극성 장애 1형의 경우 조증이 적어도 1번 이상 명확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고, 두 번째 양극성 장애 2형의 경우 적어도 1번 이상의 경조증과 1번 이상의 우울증이 나타납니다. 세 번째 그림은 단극성 우울증(우리가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그것)의 기분 변화 그래프입니다. 보시다시피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만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예시는 어디까지나 기분 장애를 유형별로 도식화한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이 그래프들을보다가 문득, 저의 실제 케이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직접 그려 보기로 했습니다.
일기를 참고로 하여 2017년부터 현재까지, 분기별로 기분 점수를 매겨 보았습니다. 편의상 평범한 상태를 0, 경조증은 0.5, 조증은 1, 가벼운 우울증은 -0.5, 심한 우울증은 -1의 값을 상정하고, 구글 시트에 데이터를 입력하여 차트로 출력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분 변화의 파도
전형적인 양극성 1형 장애를 반영하는 그래프가 나왔습니다(실제 제 진단 결과도 그렇습니다). 이 그래프에는 조증과 우울증을 언제, 얼마나 심하게 겪었는지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볼록하고 오목한 곡선이 최근 제 인생의 굴국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그래프를 그려 본 것은 조울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해 보고 싶었던 공대생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곡선에 불과할 뿐일 이 그림 때문에, 생각이 조금 복잡해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