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병원의 조건
나와 잘 맞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찾기
정신질환, 특히 조울증과 같은 병을 앓는 환자가 적절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성공적인 치료에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병원을 고르기 위한 기준을 제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주치의와의 궁합
주치의와의 합이 잘 맞아야 합니다. 의사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신뢰감이 형성되어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가능하면 같은 의사 선생님에게 치료를 이어나가는 게 좋지만, 만약 주치의와의 관계가 영 좋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병원을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 부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데, 그분도 '의사와 합이 안 맞으면 병원을 바꿔야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병원을 고르는 데 있어 의사와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의 거리
병원이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은데,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거리가 멀면 진료를 받는 것이 번거롭고, 특히 우울한 시기에는 치료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헬스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게 되듯, 병원도 가능하면 가까운 곳이 있어야 꾸준히 가기가 수월합니다.
진료 시간
진료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급하게 진료를 받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학 병원 같은 상급 병원의 경우 의사 선생님의 실력이 좋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진료 시간은 무척 짧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증상을 설명하고 치료에 관한 내용을 상의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치료에도 실질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진료 비용
진료 비용이 적절해야 합니다. 이건 현실적인 문제인데, 경제적인 부담이 적으면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이유들 때문에 대형병원 같이 큰 병원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작은 병원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병원은 개인적인 요구에 맞추기 쉬워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운 좋게 두 번만에 좋은 병원을 찾았지만, 말 그대로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좋은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과정이 수년에 걸쳐 지난하게 이루어지는 사례를 자주 접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위의 기준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상황은 각자 다를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