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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변호사 Dec 05. 2024

탄핵과 내란죄, 처단 앞둔 계엄 주동자들

탄핵의 역사와 내란죄를 살펴본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주문을 선고했다. 7,000자가 넘는 선고요지를 읽기 시작한 지 21분 만이었다.


‘파면한다’라는 발성과 동시에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2017년 3월 10일 11시 21분’ 헌재 결정문(2016헌나1)은 선고일시를 분까지 기록했다. 탄핵결정으로 헌법이 작동하는 순간을 우리는 그렇게 눈과 귀로 경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 이후 8년도 안 돼 우리 국민은 그 시즌 2를 보고 있다. 이번에는 1979년의 계엄선포 기억 소환과 함께 말이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죄상을 들어 책망하다’는 의미의 탄핵을 예부터 사용해 왔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탄핵’이란 단어는 463회 등장하고, 해석을 통해 탄핵의 의미로 읽을 수 있는 구절은 국역 기준 6,462회나 된다.


탄핵(彈劾)의 어원은 이렇다. 신동윤의 <한자로드(路)>를 참조하면, 탄(彈) 자는 뜻을 나타내는 弓(활 궁) 자와, 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수렵시대 돌 구슬을 가리키던 單(홀 단) 자가 결합했다. 돌 구슬을 날리던 활을 그린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탄(彈)은 이렇게 탄환(彈丸) 즉 ‘탄알’이라는 뜻에서 시작하여, 탄알이 상대에게 타격을 준다는 의미에서 ‘탄핵하다’, 탄력(彈力)에서 볼 수 있듯 ‘활처럼 튀기다’는 의미로 가지를 뻗었다. 핵(劾)은 ‘꾸짖다, 캐묻다’의 뜻이 있다.


현대적 의미의 탄핵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들을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는 영어 단어 Impeachment를 번역한 것으로 그 제도는 영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헌법은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가(제65조), 탄핵심판에 따른 탄핵결정(conviction)은 헌법재판소가 하도록 규정한다(제111조).


또한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제65조).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탄핵의 역사는 임시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9월 11일 시행된 대한민국임시헌법(임시정부법령 제2호)은 임시의정원의 직권 중 하나로 임시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권을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임시의정원은 1925년 임시대통령 이승만을 탄핵·면직시키고, 그 후임으로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던 박은식을 선출했다. 1941년에는 임시의정원 의장 김붕준을 탄핵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핵심판기관(제1공화국 : 탄핵재판소, 제3공화국 : 탄핵심판위원회, 제4, 5공화국 : 헌법위원회, 제2공화국 및 현행헌법 :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한 사건은 6건(모두 현행헌법에 따른 헌법재판소에서 판단)이다. 대통령별로 보면, 노무현(대통령 탄핵)과 박근혜(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법관 임성근) 당시 각 1건이던 것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현재까지 3건(행안부장관 이상민, 검사 안동완 및 이정섭)으로 이전 정부 당시의 건수를 압도한다. 현재 심리 중(검사 손준성, 방통위원장 이진숙)이거나 심리가 예정된 건(감사원장 최재해, 검사 이창수 및 조상원, 최재훈)을 합하면 7건에 달한다.


지난 12월 3일 절차와 실질적 요건 모두 하자가 있는 비상계엄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 나아가 계엄사령관까지 거센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당장 내란 혐의에 휩싸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거세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포고령(제1호) 제1항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위헌이다. 헌법 제77조 제3항 따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가 가능하지만, 국회와 지방의회에 대한 조치는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련의 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87조(내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3.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형법 제91조(국헌문란의 정의) 본장에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함을 말한다.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계엄군은 병기를 휴대하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했다. 그 와중에 경찰은 국회 출입을 봉쇄해 국회의장까지 담장을 넘어 국회에 들어가야 했다.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했으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협박하는 것이다. 여기서 폭행·협박은 이른바 '최광의'의 것으로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비롯한 일련의 행위는 폭동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두환 군부 세력의 폭동이 오버랩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12월 5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솔직하게 말해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하지 않지 않았겠나”라며 “국회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겠죠”라고 했다.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질타하자 이 장관 스스로 그 발언을 취소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내란죄는 부화수행(附和隨行), 즉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만 따라서 그가 하는 짓을 따라 행동하는 자까지 폭넓게 처벌하고, 미수는 물론 예비, 음모, 선동, 선전까지 처벌하므로 이번 계엄선포의 주동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헌법 제77조 ①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헌법 교과서는 계엄선포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제77조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 함은 전시 또는 사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집단 또는 군중이나 자연적 재난으로 인한 ‘사회질서교란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집단으로 인한 사회질서교란’, 대통령과 그 측근으로 인해 사회질서가 교란된 이번 계엄선포의 처음과 끝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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