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리메이크한 2019년작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하던 국회의사당이 폭탄 테러로 붕괴되면서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환경부장관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다.
대통령 권한대행(Acting President)과 관련하여 대한민국헌법 제71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대통령이 궐위 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궐위’란 대통령이 탄핵결정으로 파면된 경우, 사임한 경우, 사망한 경우,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경우 등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고, ‘사고’란 대통령이 재직하면서도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함으로써 탄핵결정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 경우와 신병이나 해외순방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위’는 정부조직법(제21조, 제26조 제1항)에 따라 다음과 같다.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에 민주적 정당성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관련하여 헌법 교과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지만, 그 임명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논리대로라면 차순위자들인 장관(국무위원)들은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으므로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도 없다.
반면 국회의장은 일차적으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이고, 이에 더해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재적 과반수 득표로 ‘선출’되므로 민주적 정당성 면에서 총리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우리 헌법은 최소한의 민주적 정당성도 없는 국무위원들을 다음 순위로 하고 있는 반면, 국회의장은 권한대행으로 언급조차 않고 있다.
삼권분립을 강조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 계승순위를 보면 대통령의 러닝메이트(Running mate)인 부통령 다음이 하원의장이고, 프랑스도 대통령 궐위 시 총리가 아니라, 상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한대행의 ‘기간’은 헌법에 나와 있지 않지만, 제68조 제2항에서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권한대행의 재임기간은 60일을 초과할 수 없지만, 사고로 인한 권한대행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명문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 60일을 초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교과서는 대통령의 수술로 권한대행을 시작했다가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아 후임자 선거를 하게 된다면 그러한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한 시점부터 60일 이내에 후임자 선거를 하여야 하므로 결국 60일을 초과할 수 있다는 예를 든다.
문제는 현재 권한대행 1순위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차순위자 국무위원 상당수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회의 심의에 참석하여, 내란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행정부로만 구성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민주적 정당성도 없거니와, 국무위원들이 집단으로 내란죄의 공범이 될 경우 공황상태에 빠진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무장병력이 난입한 국회는 그 권능행사가 일순 불가능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본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