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도 바라던 학교 탈출. 수없이도 꿈꿔왔던 졸업이 다가왔지만 어쩐지 기분이 시원하지 않았다. 감옥 같던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자유롭게 날아 하늘과 가까워질 줄 알았던 예전과는 다르게도 나는 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몰린 아기 독수리가 된 기분이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앞질렀다. 더 이상 학생이라는 명분으로 용서받을 수 있던 핑곗거리조차 사라졌고, 성인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누군가 직접적인 말은 건네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등 떠밀려 학교라는 틀에서 밀려났고 사회라는 커다란 바다에 발을 담가버렸다. 파도는 멈추지 않았고 수심은 점점 더 깊어질 거라 직감하지만 아직 어떻게 헤엄쳐 나아갈지보다 누군가 구명조끼를 입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내가 수영을 할 줄 알았던가?
머리서 바라본 사회의 풍경은 실로 아름다웠다. 핑크빛 가득한 캠퍼스 생활과 차가운 도시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워커홀릭들. 그리고 이 사회의 바다에 더욱 큰 파도를 일으키는 거센 바람과 같은 영향력이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을 상상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곳에 자발적으로 도착하지 않았다. 시간에게 포로가 되어 강제 이송된 느낌으로 사회에 발을 담갔다. 햇빛에 찬란히도 빛나 보이던 푸른 바다를 가까이서 보니 어둠을 품은 것처럼 캄캄했다. 그런 바다를 같이 건너도 그 모습은 모두가 제각각이었다. 보트를 타고 열심히 노를 젓는가 하면 쿠르즈를 타고 편하게 파도를 가르며 지나가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 머리 위로 빠른 속도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럽기도, 불평을 토해내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은 신경 써주지 않았다. 깊어지는 수심에 숨이 막혀오기 시작해서야 발버둥을 쳤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끼고 수영하는 법을 익혔다. 팔을 앞으로 뻗어 나갈수록 자신감이 허망함의 구멍을 가득 채웠다.
먼저 앞서 나간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같이 동행하는 동료들도 만나기도 했다. 출발이 같을지언정 모두가 도달하는 목적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법뿐 아니라 우리가 건너는 길 또한 달랐다. 나에겐 오직 나만의 길이 있었고 묵묵히 그저 그 길을 건넘으로 인해서 성장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건너온 끝에 도달한 곳은 보다 더 큰 바다였다. 우리가 건너온 그곳을 돌아보면 별거 아닌 “강”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생은 멈춤 없이 돌아가는 시간여행이다. 스스로 강을 건넌 사람의 여행은 반복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한 번 공포를 물리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의 눈에 비치는 넓은 바다는 더 이상 어둠을 삼킨 깊은 수렁이 아닌 오래전 가슴에 뜨거움을 안겨준 찬란한 지평선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두려움에 머뭇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자신 있게 바다에 몸을 던져 헤엄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