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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k Coffee Jun 26. 2018

Nakasendo, 과거를 만나다.

feat. 온천은 덤

나까센도란 무엇인가? 나는 왜 나까센도를 걸었을까?

몇 년 전,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안데스 산맥의 자연과 잉카문명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던 잉카 트레일을 한 적이 있었다. 옛 고대 잉카인들의 현명함과 그 위대한 문명을 반영하는, 잉카 트레일따라 즐비했던 유적지의 가슴 먹먹했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옛 에도 (도쿄의 옛말, 혹은 예전의 도쿄를 일컫는 말)와 교토를 잇는 5개의 길중 하나인 나카센도. 나카센도의 일부 코스 - 마고메에서 시작하여 나라이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예전의 일본인들이 걸었다는 그 길을 한번 걸어보며 나는 지금 에도시대로 돌아간다.



하늘과 길이 만나는 곳이었다. 나무와 들풀들은 아직도 에도에서 살고 있었다. 에도시대를 느끼게 해주는 집들에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 같은 관광객을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예쁜 아가씨들이라며 길을 잃을까 봐 걱정도 해주신다. 처음 와보는 시골이라며 10여분을 같이 걸어주시는 아버지도 계셨다. 그곳엔 정치도, 미운 감정도, 복잡한 계산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는 똑같이 자연 아래 평화로운 존재일 뿐.


시애틀에서 온 어떤 하얀 소년도, 홍콩에서 캐나다로 이민하여 오래 살았던 어느 중년부부도, 그리고 나와 홍콩에서 온 친구도..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차를 마실 뿐이었다. 웃음을 나눌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보내고 맞이 했다.


그저 길을 따라 걸었다.

햇살을 쫒아 나아갔다.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도 가끔은 안 들릴 정도로 나무가 근사했고, 때로는 나무가 보이지 않을 만큼 새소리가 즐거웠다. 길가에 핀 꽃들은 가끔 계절을 잊은 듯, 여름인데 가을꽃이 피었고, 여름인데 봄꽃이 피었다.  마냥 좋기만 한건 아마도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일지도.


트레킹을 하는 중간중간에 절 (테라), 신사 (진자), 전망대, 이야기가 숨어있는 바윗돌 등을 보는 건, 나까센도를 걸으면서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어떻게 21세기의 도쿄는 17-19세기의 에도와 지금도 동거 중일수 있을까..

나까센도에서 그 답을 찾다.

   

당신을 따라 걷는 중에 하늘이 내려왔더이다.





여행 itinerary

다양하고 긴 나까센도 루트를 우리는 구글 검색에서 찾아준, 어느 외국인 아가씨의 루트를 참고하여 그대로 따랐다. 그녀가 먹었던 음식과 묶었던 숙소, 트레킹 코스를 모두 따라 하였다. 결과는 정답!


토요일 ; 마고메-쓰가모 (기후현)

신주쿠에서 아침 6시 50분 버스를 타고 약 4-5시간을 달려 마고메 주쿠 역에 내린다. 이곳에서 마고메 주쿠 투어리스트센터에 가야 했는데, 산과 하이웨이로 둘러싸인 버스정류장에서 마고메 주쿠, 나까센도 트렉킹 길이 시작되는 시작점을 찾는 게 은근 힘들었다. 주변 상점에서 일하는 분에게 물어서 갈 수 있었고, 마침내 30분 정도 걸어서 마고메 주쿠 포스트 타운으로 입성했다. 여행의 시작점 에너지 만땅 - 이쯤의 헤메임도 여행의 일부에 기분좋게 끼워주기에 충분했다. Magome Juku에서 Tsugamo Juku 까지 약 6.1km 트레킹길 - 3시간이면 천천히 둘러보면서 여정을 마칠 수 있다. 우리는 오래된 절 안으로 들어가 대자로 누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이름모를 꽃들과 쓰러진 나무에 피어난 이름모를 버섯의 접사놀이를 했다.  트레킹길의 마지막 Tsugamo 주쿠에 도착,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작은 에도를 만났다. 오미야게, 간식거리등으로 눈과 입을 채우고 우리는 Nagiso 역까지 약 3.4km를 또 걸었다. Nagiso 역에서 전철을 타고 약 30분을 달려 Kiso Fukushima 도착했다. 이곳이 우리의 하룻밤 집이 있는 곳이다. 맛있는 어머니 저녁과 온천으로 기운찬 내일의 일정을 준비한다.


일요일; 야부하라- 나라이 (나가노현)

키소밸리의 물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에 아침잠을 깬 우리는 다시 한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정성 가득한 어머니의 손길 아침을 먹고 여정길에 올랐다. Kiso Fukushima 역에서 전철을 타고 Yabuhara 역까지 10여분 정도 간다.  Yabuhara에서 Narai까지 이어지는 나까센도 트레킹길이 약 6km. 야부하라역주변은 마고메와 쓰가모와 비교해서 많이 작은 역참이다. 바로 나까센도 트렉킹길이 시작된다. 야부하라에서 출발하여 나라이에 약 3시간 정도 트레킹을 마치고 도착한 우리는 여기서 마츠모토 성을 보기 위해 마츠모토로 향했다. 나라이역에서 마츠모토역 까지는 전철로 약 50여분. 마츠모토에서 약 3-4시간을 보내고 신주꾸로 돌아왔다.  


https://blog.gaijinpot.com/weekend-trip-walking-nakasendo-trail/



무엇을 먹을까?

이 지역의 유명 음식은 쫄깃쫄깃한 면발 소바와 고헤이모찌라는 쌀을 당고처렴 쫄깃쫄깃 뭉쳐서 만든 꼬지다. 단짠단짠 고헤이모찌. 이 지역 말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꼭 먹어봐야 한다. 마고메 주쿠, 쯔가모 주쿠, 나라이 주구에 가면 역 주변에 상점들이 즐비하다. 마고메나 쓰가모 지역이 야부하라와 나라이 주꾸 보다는 좀 더 번화하니까 니혼슈나 오미야게를 사려면 그곳에서 사보면 된다.



어디에서 잘까?

Kiso Mikawa우리가 묶은 kiso fukushima역에 있는 료칸이다. 9000엔에 상다리 부러지는 저녁과 또 상다리 부러지는 아침, 온천이 제공된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과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내 종아리에 온천욕은 피로를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키소 밸리 Kiso valley를 끼고 위치한 료칸은 아침 새소리와 개울가 물소리에 기분 좋게 잠을 깨워준다.


아직도 에도와 동거 중인 나까센도에서 과거를 걷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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