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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화 Nov 12. 2024

영수증 편지! 받아 보셨나요?

지난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아니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이 아닌 환경에서 맞이하는 첫여름이라 더 덥게 보냈는지도 모른다. 집 창문을 열면 맞바람이 쳐 시원했지만 한낮의 태양을 견디긴 어렵다.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돌렸다 껐다를 반복하니 체온도 춤을 춘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니 냉방병이 온 건지 으쓸으쓸하고 코도 맹맹하다.


작년엔 하루종일 에어컨 환경에서 일하며 지냈어도 냉방병을 모르고 보냈는데 1년 새 이렇게 체력이 떨어졌나? 긴장이 풀린 탓일까? 은퇴하면 육체와 정신이 급격히 꺾인다는데 나도 그런가? 별생각이 다 든다.


평일 낮이지만 병원은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여름 감기환자가 나만은 아닌가 보다. 약을 처방받고 며칠 환자 유세를 한 껏 부렸다. 환자 수발을 정성으로 들던 아내가 바통터치를 하더니 몸져누웠다. 그날 오후 아내가 아픈 걸 안 큰 딸 림이가 전화로 성화가 대단하다. 아빠가 잘해주라며 이것저것 주문이 많다. 나도 환자였는데 그때 알릴 걸 잘못했다. 왠지 손해 본 느낌이다.


저녁이 다 될 때쯤 전화가 왔다. 림이다. 삼계탕을 주문했으니 맛있게 드시란다. 어제 아내가 끓여놓은 국을 데우려던 참인데 잘됐다. 초인종이 울리고 삼계탕이 배달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능이버섯 삼계탕이다. 아픈 엄마를 위한 또 요리 못하는 나를 위한 울 딸의 배려가 고맙다.


능이버섯이 짙은 색으로 우러난 삼계탕이다. 따끈한 국물을 마시니 후끈 열이 오른다. 맛있게 먹었다. 아내도 기운이 난단다. 남은 삼계탕으로 한두 끼는 더 먹을 수 있으니 뭘 먹을까 하는 고민도 해결이다.


식탁을 정리하고 삼계탕을 담아 온 봉투를 분리수거 박스에 넣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봉투에 흰 종이가 매달린 게 보였다. 영수증이다. 무심코 종이를 떼 버리려다 삼계탕 가격이 궁금해 보니 뭔가 다른 게 있다. '부모님이 드실 건데요! ㅎㅎ 건강하고 맛나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란 문구다. 순간 맘이 찡하다. 울 딸이 가게 사장님께 한 요청사항이 영수증에 인쇄되어 있었다. 능이버섯 삼계탕에 이어 연타로 감동이다. 맛있음을 더해 건강해진 기분이다.



영수증에 메시지가 담겨있을 줄은 몰랐다. 무심히 버려졌다면 울 딸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거다. 영수증을 버리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울 딸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수많은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해 왔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발견해 감동이며 또 모르고 되돌려 보냈을 편지에 미안하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보낸 사랑의 답장을 받아 기쁜 날이다. 앞으론 숨바꼭질 같은 사랑 표현을 잘 찾아내는 술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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