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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화 Nov 12. 2024

작가님! 당 충전 하세요!

용산행 ITX  2호차 9C. 지정석은 아니지만 예매할 때 그 자리를 우선 찾게 된다. 이 기차를 탄 건 3월부터다. 3개월간 매주 화요일 용산행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갔다. 여행작가학교 수강생. 직장 일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다. 기차로 용산역까지, 또 지하철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이 좋았다. 혼자가 아닌 공간, 낯선 사람과 함께 앉는 긴장감. 차창밖 풍경을 보며 젊은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가는 설렘의 시간이었다.


초록으로 시작했던 봄은 어느새 가을이다. 모처럼 여행작가학교 특강이 있어 오랜만에 용산행 ITX를 탔다. 물론 그 자리다. 2호차 9C. 익숙하다. 옅어졌던 몇 개월 전의 감정이 올라와 설렌다. 좌석 앞 KTX매거진에 실린 여행사진이 벌써 단풍 일색이다. 어쩜 시간이 이리도 잘 가는지.


캠핑카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작가의 특강은 정해진 시간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해 떠나기까지, 현지에서 경험한 노하우, 함께 한 시간만큼 성장한 가족관계에 대해 들었다. 강사의 열정에서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겪은 선배들의 경험은 뒤따라가는 사람들에겐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나의 여행도 누군가의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다.


밤늦은 용산역. TV 주변 의자엔 빈자리가 없다. 식당은 뒷정리하며 문을 닫고 있다. 용산역은 부산, 목포, 여수 등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핸드폰과 전광판의 열차 시간을 번갈아 보고 있다. 저들은 지금 설레는 여행의 시작일까? 여행의 행복한 추억을 담아 온 귀향객일까?


춘천행 기차 출발까지는 3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가끔 이곳에서 아이들과 통화를 했다. 어쩌다 있는 서울 상경이고 모처럼 하는 도전을 응원받고 싶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딸들에게 기대 이상의 응원을 받았다. 응원과 함께 염려도 전한다. 위험하지 않게 조심히 다니란다. 아직 딸들의 염려를 받을 시기는 아닌 것 같은데 녀석들 눈엔 걱정스러운가 보다.


춘천행 기차가 달린다. 서울을 오가던 지난 3개월의 기억을 더듬다 문득 잊고 있던 연양갱이 생각났다. 얼른 카톡 선물함을 열었다. 아직 연양갱 쿠폰이 5개나 있다. 아빠의 도전을 응원하는 작은딸 슬이가 '작가님 당 충전 하세요'라며 보내준 선물이다.

기차 이동시간과 강의 시작 시간이 애매해 늘 4시경에 이른 저녁을 먹고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면 12시가 넘으니 용산역에 있는 시간엔 출출했다. 그때 슬이가 보내준 연양갱은 정말 맛있었다. 흰머리 아저씨가 사람이 오가는 역사에서 연양갱 먹는 모양이 쑥스럽긴 했지만, 누가 나를 그리 신경 쓰랴. 그저 달콤하기만 했다.


서울 오가는 일을 마치니 한 동안 연양갱을 잊고 있었다. 오늘 다시 그 길을 다녀오며 새롭게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무심히 툭 건네는 선물. 이 쿠폰을 언제 사용할까? 그냥 가끔 열어보며 힐링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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