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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자 Apr 05. 2022

기억의 냄새


냄새는 기억에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얼핏 주워들은 기억이 있다.

퇴근을 하면 지체 없이 샤워를 하고 싱크대에 설거지 감이 있는지 확인한다.  


설거지를 하려고 다가선 싱크대. 마침 어머님께서 신나게 호박전을 붙이고 난 후다.

약간의 기름 절은 냄새와 개수대의 물 비린내, 주방 세제의 향이 섞이며 찰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명절의 외갓집 냄새. 그중에서도 딱 그 부엌의 냄새다.

냄새는 기억과 큰 관련이 있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그렇게 짧은 순간에 그 옛날 기억들을 선명하게 끄집어내니 말이다.


편식쟁이 오빠와는 달리 엄마가 걱정할 만큼 먹성이 꽤나 좋았던 나.

명절에 외갓집을 가면 손님이 많은 집이라 부엌에 소쿠리 소쿠리마다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며 가지런하게 놓여있던 색색깔의 명절 음식들.

나는 심심하면 부엌에 가서 곱게 덮어놓은 보자기를 슬쩍 열고

새우튀김이니 감자튀김이니 하는 것들을 집어 먹거나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어른들 옆에 붙어 쫑알대곤 했다.


하루는 그 부엌에서 고사리나물을 무치고 계시던 외할머니.

먹성 좋던 나도 거무튀튀한 이상한 색깔하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모양새를 지닌

고사리나물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는데

외할머니 손끝에서 참을 수 없이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유혹하는 나물 냄새에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옆에 달라붙어 침 흘리고 있는 손녀에게 "무 볼래?"(먹어볼래?)하며 입에 넣어주셨던 고사리 한가닥.

그때 난생처음 맛본 고사리는 제일 좋아하는 나물 중 하나가 되었다.


또 어떤 날은 깨알같이 수다를 떠는 이모들이 깨소금을 만드는 걸 구경하며

깨소금에 정말 소금이 같이 들어가는 걸 보고는 그거 무어라고 신기해했던 기억.

참 작고 작은 일들인데 그 하나하나가 참 좋았나 보다.   



내가 참새 방앗간처럼 드나들던 그 부엌의 냄새였다.

어린 날 그리운 기억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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